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분석한 ‘일본 선거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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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당사건 유세장이건 현수막이건 온통 ‘생활정치’ 구호더라. 반대로 자민당 주변에선 ‘민주당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 구호밖에 들리지 않아 승패가 뻔히 보였다.”

일본 민주당의 공약집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 [뉴시스]

지난달 29∼30일 일본 선거현장을 둘러본 민주당 김효석(3선·담양-곡성-구례) 의원은 1일 “일본 민주당의 압승은 당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이념에 빠지지 않고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을 내건 ‘생활정치’ 전략 덕분”이라고 원내대책회의에서 밝혔다.

김 의원은 “선거 전날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총재의 마지막 유세를 지켜봤는데 일본으로선 기록적인 1만 명 인파 앞에서 단 두 마디, ‘변화’와 ‘생활정치’만 부르짖더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일본 민주당은 중소기업과 서민·중산층을 지키고 육성한다는 기조를 통해 이념적 정체성을 유지했다”며 “그러면서도 공약으로 내놓은 99개 정책 하나하나는 전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내용으로 꾸며졌다”고 지적했다. ▶향후 3년 이내에 전국의 고속도로 무료화 ▶출산 시 55만 엔(약 700만원) 지급 ▶ 중학교 졸업 시까지 학생 1인당 매월 2만6000엔(35만원) 지급 ▶공립고교 무상교육 ▶물건 살 때 붙는 소비세를 전액 국민연금 투입 등이 대표적인 ‘생활공약’이라고 김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 당의 99가지 약속으로 일본이 어떻게 변할까’란 대국민 안내책자 첫 번째 장에 ‘생활편’을 두고, 정치개혁편·경제편·사법발전편은 2, 3, 4장으로 미뤄 최우선 순위가 ‘생활정치’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민당은 유세현장이나 홍보물에서 구체적 정책은 보기 어려운 반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일본을 파괴할 것’ ‘민주당은 믿을 수 없는 정당’ 등 네거티브 구호로 가득했다”며 “대안 없이 ‘반(反)민주당’으로만 일관해 패배를 자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우리 민주당은 올해 두 차례의 서거 정국과 미디어법 반대운동을 통해 이념·반정부 투쟁에 집중해 왔지만 재집권하려면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점이 일본 민주당의 승리로 확인됐다”며 “이념과는 별도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을 개발해 다가가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김 의원은 “민주정책연구원이 준비해 온 ‘뉴 민주당 플랜’에도 일본 민주당의 교훈을 녹이고 다듬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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