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자궁암 30대에도 안심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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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30대에 암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암은 40대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위암도 40세 이상부터 1~2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견해. 그러나 여성이라면 30대가 요주의다.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은 30대부터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서울시 암발생통계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에서 30대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위암.간암.폐암 등 다른 부위의 암보다 훨씬 높다.

예컨대 위암의 경우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연령대는 70대. 이 시기 여성은 10만 명 당 2백24명이 위암에 걸린다. 반면 30대 여성의 위암 발생률은 10만 명 당 1.5명. 30대 여성은 70대 여성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0.7%에 불과하다.

그러나 30대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10만 명 당 21.6명으로 가장 높은 발생률 (10만 명 당 56.7명) 을 보이는 50대의 38%나 된다. 유방암은 위암에 비해 30대의 젊은 여성에게 훨씬 자주 발생하는 셈이다.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이 다른 암과 달리 30대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柳槿永) 교수는 "자궁경부암엔 왕성한 성생활, 유방암엔 비만이 주 원인으로 이들 현상이 30대에 많이 나타나기 때문" 으로 추정했다.

신세대 여성일수록 성개방 풍조의 확산과 충분한 영양공급으로 과거에 비해 성접촉의 기회가 늘고 비만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문제는 젊은 연령에 생긴 암은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 암세포 자체가 공격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형이 많은데다 젊은 여성에게서는 증상이 모호해 조기발견에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김태진 (金台鎭) 교수팀이 최근 이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조기발견에 성공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28.7%가 질 출혈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30대 여성은 이들 암에 대해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이들 암에 대해선 비록 30대라도 규칙적인 암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실제 대한가정의학회가 제정한 암검진수칙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연령에 관계없이 성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은 매년 1회 질세포진 검사를, 유방암은 30~39세 여성의 경우 2년에 한번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한다' 고 권유하고 있다.

실제 질세포진 검사로 자궁경부암을 조기발견하는 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金교수의 조사결과 80년대초에 비해 자궁경부암 조기발견에 성공한 30대 여성의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 (그림참고) 암세포가 상피내에 머물러 있는 0기암의 경우 개복수술없이 원추생검이란 간편한 방법으로 완치된다.

5㎜두께 이내에서 발견된 1기암도 자궁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자궁경부 일부만 잘라내는 간편한 수술로 치료되며 이 경우 임신도 가능하다. 따라서 무증상 30대 여성도 질세포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질세포진 검사는 간편하고 값싼 자궁경부암 조기진단법이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므로 의심되는 여성은 반복해서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金교수는 "한번의 검사만으로 안심해선 안 되며 특히 암세포 전 단계에 해당하는 이형 (異形) 세포가 있다면 반복해 검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유방암의 경우 유방 초음파검사가 유용하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이희대 (李羲大) 교수는 "30대 여성의 경우 유방초음파검사가 기존 유방엑스선 검사보다 효과적으로 유방암을 찾아낸다" 며 "30대 여성 중 유방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여성은 의사와 상의 후 정기적인 유방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 충고했다.

유방암 고위험군은 ▶직계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거나 ▶초경 시기가 14세 이전일 경우 ▶만삭분만 경험이 없는 경우 ▶아기를 낳았더라도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경우 ▶뚱뚱한 여성.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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