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권통치 균열조짐…후세인, 안팎 '3중고'곤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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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미국과 영국 전투기들의 폭격은 좀처럼 그치지 않고 북쪽에서는 쿠르드인들이, 남쪽에서는 이슬람 시아파까지 들썩대기 때문이다.

3중고인 셈이다.

◇ 미.영국 공습 = 지난해 12월 '사막의 여우' 작전 이후 계속돼온 미국과 영국의 공습은 지난 5주 동안 무려 70차례가 넘었다.

지속적인 공습은 '사막의 여우' 작전 당시의 대공세보다 훨씬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격이다.

미.영 전투기들의 공격은 레이더기지 등 주요시설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라크가 남.북부의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때만 '응징' 차원에서 공격하던 데서 점차 후세인과 이라크 군부의 무력화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적기를 격추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후세인의 독려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영의 첨단무기를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인 거주지역 피폭으로 한때 국제사회의 동정을 사는 듯했으나 그마저 지난 일이 됐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상대로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면 보복하겠다" 고 위협한 것이 걸프지역 국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 시아파 시위 = 한동안 조용하던 이슬람 시아파도 반정부 투쟁에 나섰다.

19일 시아파 최고 성직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자덱 알사드르 암살사건이 결정적 계기였다.

알사드르 살해를 후세인의 짓으로 믿고 있는 시아파는 21일 정부 청사와 집권 바트당 당사를 공격했다.

시아파의 시위는 바그다드와 이라크 남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시아파 거주지역인 바그다드 북부 사담시에서는 이날 이라크 보안군이 시위대에 발포, 20여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아파는 이라크 인구 (2천2백만명) 의 65%를 차지하고 있어 상황은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쿠르드인 소요 = 이라크 북부지역도 문제다.

이곳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은 터키정부의 압둘라 오잘란 체포에 항의, 21일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시에서는 이날 1만여명에 달하는 쿠르드인들이 시가행진을 벌였다.

일부는 터키인 단체 사무실을 점거하려다 공포를 쏘며 저지하는 경비병력에 의해 해산됐다.

이라크내에서 쿠르드인의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세인은 이들의 분노가 자칫 이라크에 대한 분리.독립투쟁으로 발전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후세인을 정점으로 한 일족의 철권통치가 지배하는 이라크에도 서서히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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