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양성" 후손이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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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일학교를 배경으로 서희우 교장(앞줄 가운데)이 중국에 연수온 한국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하얼빈=장대석 기자]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서 독립군을 양성했던 청일(靑一)학교가 90년 만에 후손에 의해 외국인 학교로 거듭났다. 광복절인 15일 일제시대 독립운동 중심지 중 한곳이었던 하얼빈에서 청일국제외국인학교의 개교 기념식이 열린다. 이 학교는 서희우(45) 교장과 그 아버지인 서만섭(78)옹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로 태어났다.

이 학교의 전신 격인 청일학교는 1914년 서일 장군이 세웠다.

서 교장의 증조부인 서일(1881~1921) 장군은 일제시대 중국 동북지역 무장독립군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북로군정서(北路軍政署)의 총재를 맡아 휘하에 있던 김좌진 장군과 함께 1920년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서일 장군의 아들인 윤제(1908~69)씨 역시 발해의 수도였던 둥징성(東京城) 일대에서 대종학원을 세워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역사교육을 했다. 이 학교는 일본군에 의해 42년 폐쇄됐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서일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자라온 서만섭(78)옹과 서 교장은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청일학교를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간직해 왔다.

서 교장 일가는 1999년 우리 정부의 독립유공자 초청을 받아 한국에 귀화했다. 그러나 한국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1년 만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서 교장은 중국 교육부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가 서일 장군의 훈장 등을 보여주면서 "항일운동의 근거지였던 청일학교를 반드시 재건하고 싶다"며 허가를 요청했다. 정성에 감동한 중국 정부는 3년 이상 걸리는 국제학교 허가를 1년 만에 내줬다.

학교 설립에 5억여원이 들어갔다. 비용은 서 교장이 의류도매업을 해 마련하고 일부는 한국에 있을 때 인연을 맺은 한국인들이 지원해줬다.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해 9월 4층 건물에 기숙사와 30여개의 교실을 갖춘 청일학교가 완공됐다. 서 교장은 올해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 60명을 뽑아 시범 운영하고 내년 9월부터 조선족과 한국인 학생을 중심으로 중국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과 중국어, 중국 역사.문화와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를 함께 가르칠 계획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독립운동과 관련한 유적답사도 할 예정이다.

서 교장은 "글로벌 시대에 한국인의 꿈과 기상을 세계에 떨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얼빈=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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