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동화읽기 모임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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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산 후곡마을 박성인 (朴成仁.35) 주부의 아파트. 10 여명 주부들이 모여 앉아 동화책을 두고 의논이 한창이다.

"이번 책은 올챙이 몇 마리로 할까요?" "다른 엄마들에게도 적극 권해주고 싶어요. 올챙이 다섯 마리를 주어야하지 않을까요?" 이들은 동화.그림책 등 아동도서와 아동도서 이론서를 읽고 공부하는 일산 동화 읽는 어른모임 꿈마당 팀. 95년부터 4년째 쉼없이 모임을 갖고 있다.

아이들 동화책을 읽고 좋은 책에는 올챙이 한 마리부터 다섯 마리까지로 나름의 등급을 정한다. 나쁜 책에는 대신 바퀴벌레가 등급이 주어진다.

동화 읽는 어른모임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 한국어린이도서연구회가 93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동화 읽는 어른모임' 이 이제 전국적으로 70여개를 헤아린다.

특히 일산 신도시 지역의 경우 이미 8개 모임이 가동 중인데 최근에는 회장단이 모여 협의회를 만들 준비까지 하고 있다. 신입회원을 공동으로 모집해 함께 교육하고 연수 등 행사도 함께 하자는 취지다.

동화 읽는 어른모임 꿈마당팀의 한경옥 (韓慶玉.39) 회장은 "신입회원 가입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주부들의 관심이 높다" 며 "협의회가 더 많은 팀들을 만들어 내는 산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참가 주부들은 학교나 유명인들이 추천하는 이른바 '명작' 들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이들 의식을 갉아먹는 것이 많고, 도서실에 모셔진 책들 중에도 '악서 (惡書)' 가 적지 않으며, 보기에 화려한 책들이 항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찬찬히 깨달아 가게 된다.

여기에다 아이들의 동화가 주는 재미까지 쏠쏠해 한번 참석하면 모임을 이탈하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 참여했던 이혜영 (31) 씨는 PC통신에 '동화 읽는 어른 (SG98)' 방을 마련 했는가 하면, 이사를 가게된 회원은 반드시 그 곳에서 새로운 팀을 만드는 등 한번 활동한 회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를 계속해 나가려하는 것도 이 모임의 특징이다.

모임창설은 15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등록해야 한다. 회비는 가입비 1만원과 연회비 3만원.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1년간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정회원으로 구성된 전문 강사진을 보내 일정기간 강연과 교재를 안내를 해주고 단체 연수도 한다.

또 어린이 도서연구회에서 선정한 '어린이 권장 도서 목록' 과 월간지 '동화 읽는 어른' 도 보내준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조월례 (曺月禮)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교사들을 연수해 양서읽기 운동을 펴려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며 "주부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고 전한다. 어린이 도서연구회에 등록하지 않은 모임까지 더하면 70여개를 훨씬 넘는다는 것.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동화에 문제가 많다는 것. 심언희 (沈彦希.37.주부) 씨는 "성적인 이미지가 많이 들어간 전래동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의존한 외국명작, 조악한 문장의 창작동화 등이 너무 많다" 며 혀를 내두른다.

김덕란 (金德蘭.37.주부) 씨는 "학교 도서추천 목록을 보면 '과연 읽어보고 추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 할 정도. 이들은 "많은 엄마들이 방부제.첨가제가 든 음식은 주의하되 독이 든 책은 주의하지 않는다" 며 "동화책을 읽는 안목을 키워 아이들의 책을 지켜나가겠다" 고 다짐한다.

연령별, 학년별로 세세하게 구분된 '99학년별 어린이 권장도서 목록 - 유아.초등학생.청소년.교사.학부모를 위한 목록' 은 회원이 아니라도 1백70원짜리 우표 10장을 동봉해 어린이도서연구회 (서울시종로구와룡동 119 - 1 동원빌딩 506호, 02 - 3672 - 4447)에 보내면 받아 볼 수 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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