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정해진 진료비만 내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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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를 찾아갈까. 몸이 아플 때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보는 문제다. 기왕이면 진료비를 적게 들이고 유능한 의사를 만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병원간 진료수준이 서로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병원과 분과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은 진료비로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 도입된 포괄수가제와 분과전문의 제도에 대해 의료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점을 살펴본다.

포괄수가제란 질병마다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내는 제도. 97년 2월 맹장염 수술 등 5개 질환에 대해 처음 적용된 이래 지난 1일부터 치질 수술.탈장 수술.자궁 수술.폐렴 및 늑막염 치료로 대상질환이 확대됐다.

단 외래가 아닌 입원치료의 경우에만 적용되는데 국립의료원 등 16개 대형 병원과 전국 4백12개 병.의원이 실시하고 있다. 이들 질환에 대해선 의사의 진료내용에 상관없이 정해진 진료비만 낸다. 예컨대 백내장 수술은 32만원, 맹장염 수술은 20만원 가량이다.

기존 진료비 지불체계는 의사의 진료내용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지는 행위별 수가제. 같은 질환이라도 검사항목과 수술방법, 약의 종류에 따라 진료비가 다르다.

포괄수가제가 도입된 이유는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막아 의료소비자를 보호하고 의료낭비를 줄이겠다는 뜻. 연세대보건대학원 김한중 (金漢中) 교수는 "진료비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의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치료효과를 올리느라 노력한다" 고 말했다.

진료비 산출과정이 투명하고 간단해지는 것도 포괄수가제가 지닌 장점이다.

1.2인실 입원료나 특진료, 보험적용이 안되는 자기공명영상촬영 (MRI).초음파검사를 제외하곤 정해진 진료비만 낸다.

따라서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9개 질환에 대해선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병.의원을 찾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의 연구결과 환자 1인당 정상분만의 경우 4만원, 제왕절개술은 9만6천원, 편도선 수술은 5만8천원, 백내장 수술은 13만원의 진료비 절감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의사 역시 약물처방과 검사횟수의 감소, 입원기간의 단축으로 환자 1인당 평균 7만3천원의 진료수익 증가효과를 거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제도이므로 2000년 전국 병.의원에 대해 일률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분과전문의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면 좋다. 분과전문의란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의사가 다시 2년간 수련과정을 쌓고 시험을 통해 선발된 의사. 현재 전국 64개 대형병원 내과에서 매년 3백여 명의 분과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김유영 (金有瑩.대한내과학회 분과전문의이사) 교수는 "분과전문의는 날로 발전하는 현대의학의 추세에 맞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인 산물" 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몸이 아파 종합병원을 찾을 때 분과전문의를 만나면 좀더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위장이 나쁜 사람은 소화기내과 분과전문의, 심장이 나쁜 사람은 순환기내과 분과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는 것. 현재 순환기.소화기.호흡기 등 9개 분야에서 분과전문의의 진료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내과를 제외한 다른 진료과목에선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 종합병원과 달리 개원 의원의 경우 의료법상 분과전문의를 표방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환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점도 문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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