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정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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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YS)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은 9일 새벽까지 불이 환했다.

긴급연락을 받은 YS 퇴임시 청와대 참모진이 총집결했다.

오후 5시30분쯤 이원종 (李源宗) 전정무수석을 필두로 5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이영래 (李永來) 전행정수석.김용태 (金瑢泰) 전비서실장.김광일 (金光一) 전정치특보.유도재 (柳度在) 전총무수석.조홍래 (趙洪來) 전정무수석 등 6명이 속속 도착했다.

김기수 (金基洙) 비서관도 배석했다.

신상우 (辛相佑) 국회 부의장과 박관용 (朴寬用).김덕룡 (金德龍).박종웅 의원 등 한나라당의 민주계 현역의원들은 초청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해석이 분분했다.

주변에선 "YS가 현실정치의 파워게임 차원보다 철저하게 전직대통령의 입장에서 기자회견에 임한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참모회의에선 정국 전체 흐름에 대한 논의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YS에 대한 '진정한 의도' 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회견문을 다듬는 마지막 작업이 계속됐다.

회견문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배석자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따라서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진행될 9일 회견에선 회견문과는 다른 'YS의 돌발발언' 이 나올 수도 있어 긴장감을 더한다.

이에 앞서 YS는 청계산 등반 직후 여권과 의사소통이 깊은 신상우 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9일중 기자회견 계획을 알렸다.

YS는 그러나 회견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는 것. YS는 지난주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의 '1백50억 제공 발언' 이후 김광일 전특보.이원종 전정무수석 등을 차례로 불러 모종의 협의를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기자회견을 마음속으로 준비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장재식 (張在植.국민회의) 청문회 위원장은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를 급히 만나 YS의 기자회견에 대한 대책을 숙의하는 등 여권은 여권대로 분주히 움직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YS 회견에 대국민 사과성 언급이 없을 수 없을 것" 이라면서 "그러나 현정부에 대해 골목정치식으로 저항하는 자세를 취할지, 미래지향 차원에서 과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다" 며 기다려보겠다는 입장. 여권은 YS가 취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 에 대한 각각의 대응 방침을 정해놓고 YS의 입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한다.

전영기.이정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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