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요르단… 상점 문닫고 차량엔 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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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르단은 요즘 슬픔과 불안이 가득하다.

국민들은 후세인 국왕의 사망을 부모를 잃은 슬픔에 비유하고 있을 정도다.

동시에 그가 없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 거주하는 한국인 손종희 (孫鍾熙.32) 씨가 전화로 전한 현지 분위기.

○…요르단 정부는 17일까지를 국왕사망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모든 상점과 관공서 문을 닫도록 했고 국영TV는 코란만을 방영할 뿐이다.

이때문에 생필품을 구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친지나 친척들 집에서 함께 기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모든 차량은 검은색 조기를 달고 있으며 거리에는 바닥에 엎드려 부모를 잃었다며 통곡하는 시민들이 자주 목격된다.

○…후세인이 숨지자 그를 신격화하는 이야기들이 국민들간에 널리 유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요르단판 태종우 (太宗雨) . 지난해 심각한 가뭄으로 밀과 보리농사를 망친 요르단은 최근 그가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 날 바로 단비가 내리자 "생명수를 몰고온 영웅" 이라는 칭송이 뒤따랐다.

그의 사망소식이 발표된 7일에도 단비가 흠뻑 내리자 시민들은 "왕이 죽음으로 비를 불러 국민들을 구했다" 며 눈물.

○…후세인 국왕사망 소식이 세계언론의 주요뉴스로 취급되면서 요르단에 대한 관심이 폭증해 올해 관광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관광청이 분석. 특히 그가 중동평화의 산파역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인터넷 요르단 관련 페이지 검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관광청에 전화를 걸어 관광예약을 하는 외국인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 이에 따라 요르단 관광청은 올해 후세인국왕 기념관 설치 등 다각적인 행사를 계획중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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