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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대처 이렇게 … 예방 첫째 수칙, 물만 보면 손 씻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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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백신 11월 중순 이후에 나와

전 세계적으로 신종 플루를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없다. ‘녹십자’가 생산 중인 국산 백신은 11월 중순 이후에 나온다. 외국에서 수입하기도 쉽지 않다. 각국이 자기 국민 접종분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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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최근 신종 플루 백신 대신 계절성 독감 백신·폐렴구균 백신이라도 맞아두려는 사람이 많다. 계절성 독감 백신·폐렴구균 백신이 품귀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래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새 독감 시즌을 맞아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strain)가 바뀌면 전년에 썼던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계절성 독감 백신은 신종 플루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2] 마스크는 예방에 만능 아니다

손 씻기가 신종 플루 예방에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마스크착용 효과는 과거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의 신종 플루 감염률이 그렇지 않은 의료진보다 월등히 낮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어느 정도 감염차단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마스크 착용의 신종 플루 예방 효과는 손 씻기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신종 플루는 스쳐 지나가는 환자에게 감염되기보다 1~2m 떨어진 환자가 배출한 바이러스가 몸이나 손에 옮겼다가 이를 만진 손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의 경우 군중이 많은 곳을 방문하거나 환자(의심 환자 포함)를 보살필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3] 환자와 접촉해 면역력 키우는 건 위험

지난달 피부과 의사 김모(여)씨는 학회 참석차 미국에 다녀왔다. 신종 플루가 걱정돼 e-메일로 초청자에게 ‘가도 돼냐’고 질문했다. “우리는 플루 파티를 하고 있다”는 답장이 왔다.

미국·유럽에선 신종 플루 환자를 초대하는 ‘플루 파티’가 종종 열리기도 한다. 신종 플루의 독성이 더 강해지기 전에 미리 걸려 군집 면역을 길러놓자는 취지다. 정희진 교수는 “말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플루 파티를 열면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 방역당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DC는 “신종 플루에 걸린 파티 참석자가 치명적인 신종 플루에 걸렸을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4] 가족 중 환자 생길 경우를 대비하라

신종 플루는 이미 받아놓은 밥상이다. 가정·직장에서 면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올가을에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 휴교했을 때 자녀의 학원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부모 중 누가 어떻게 돌봐야 할지 등에 대한 계획도 미리 세워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CDC는 부모가 자녀에게 손을 씻는 동안 ‘생일 축하 노래’(Happy birthday)를 두 번 부르도록 가르치라는 등 구체적인 예방교육 지침까지 하달했다. 손을 20초 이상 충분히 씻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가정·학교에서 화장지·소독약·비누·알코올이 함유된 손 세정제 등을 구비하는 것도 대책 중 하나다.

[5] 증상 나타나면 1주일은 외출 삼가야

신종 플루에 대한 지나친 공포도 문제지만 무관심도 곤란하다.

기침·재채기를 할 때 손이 아니라 휴지·소매를 사용하고, 기침·재채기 뒤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으며, 눈·코·입을 자주 만지지 않는 것이 질병관리본부가 강조하는 기본 예방 수칙이다. 또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며 증상이 나타나면 1주일은 외출을 삼가고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24시간은 집안에서 지내는 것이 남을 위한 배려다.

[6] WHO “보통 전염병”…과민 반응 말길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신종 플루는 ‘보통의(moderate)’ 전염병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불안 과잉 상태다. 국민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면 적절한 방역대책이 힘들어진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박승철 교수는 “신종 플루는 평소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 감염 가능성이 낮으며, 감염되더라도 이른 시기에 적절히 조치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공포심이 너무 커져 등교 거부·휴가 등 집단 히스테리가 나타날까 두렵다는 것이다.

찬 사무총장은 “경계(vigilance)는 하되 패닉·무관심은 안 된다”고 말했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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