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교과서에서 '위안부' '난징학살' 아예 삭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의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난징(南京)학살, 조선인 및 군대 위안부 강제연행 등의 사실을 삭제한 개정판 교과서 검정을 일본 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본지가'새역모'의 비공개 회보 중 개정판 제작방향을 요약한 글을 입수해 확인했다. '새역모'는 2001년 일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펴내 외교적 파문을 일으킨 단체다. 현재 일부 중학교에서 사용 중인 2001년판 교과서엔 모호하나마 잘못을 인정하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도쿄(東京)재판소는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했을 때 다수의 중국인 민중이 살해됐다고 인정했다""다수의 조선인이 끌려갔다"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를 아예 삭제했다. 삭제이유에 대해 저자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다쿠쇼쿠 대학 교수)는 "일본을 규탄하기 위해 날조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난징 사건은 중.일 간 역사문제 중 가장 민감한 대목이다. 개정판이 이대로 내년 4월 검정을 통과할 경우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내년 수교 40주년을 맞아 '우호의 해'로 지정한 한.일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또 "대동아전쟁은 인도네시아.버마(현재 미얀마).인도.말레이시아 등의 독립을 촉진한 명료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일본 교과서로는 최초로 기술했다"고 말했다.

'새역모'는 또한'공민'(한국의 사회과에 해당) 교과서도 필자를 바꿔 전면 개편한 '신정판'으로 검정을 신청했다. 저자 야기 히데지(八木秀次) 다카사키 대학 교수는 "북방영토,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 센카쿠 등의 영토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뤘다"고 밝혀 "독도는 일본 영토"란 주장을 교과서에 담았음을 분명히 했다.

공민 교과서는 이 밖에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메이지(明治)헌법이 현행 헌법에 비해 일방적으로 나쁘지 않음을 부각하고 "현행 헌법은 점령국(미국)에 의해 원안이 만들어졌고 일본의 자유와 주권이 제한당한 상태에서 제정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개헌논의를 소개했다. 또 일본 교과서로서는 유일하게 다루고 있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렸다. 위헌 논란으로 다른 교과서들이 다루지 않는 자위대도 지면을 할애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역모'는 2001년판 교과서의 경우 일선학교의 채택률이 저조했으나 판형을 개편하고 컬러를 증면하면서 문장을 알기 쉽게 고쳐 채택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