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얏트호텔 1916호 'YS 대선자금 아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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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산 남녘의 하얏트호텔 디플로매틱 스위트룸 1916호. 침실.응접실.접견실 등 여러 방이 있으며 현재 하루 사용료는 1백20만원이다.

돈도 돈이지만 일반인은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일반 엘리베이터는 서지도 않는다.

스위트룸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특수지대' 다.

정태수 (鄭泰守) 전 한보총회장은 4일 경제청문회에서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에게 직접 선거자금을 건네 준 곳으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이 '전망 좋은 방' 을 지목했다.

이건개 (李健介.자민련) 의원은 청문회 초기부터 "지난 92년 대선 당시 YS와 그 측근들이 1백13개 기업들로부터 각각 5억원에서 8백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으며 자금수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곳은 하얏트호텔" 이라고 구체적 정황을 들이댔었다.

李의원은 자신이 당시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지검장을 차례로 지내면서 축적한 정치인 동향정보와 YS측근.호텔관계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제시했다.

鄭 전총회장 외에도 김선홍 (金善弘) 전 기아회장, 최효석 (崔孝錫.작고) 전 유원건설회장도 이 방에서 선거자금을 건네주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YS가 호텔에 도착하면 경남고 후배인 박동환 상무가 스위트룸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1916호 전용 룸으로 안내했다" 고 한다.

음식 서비스를 담당했던 호텔 종업원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은 92년 10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지방유세 중에도 수시로 올라와 주로 저녁시간에 만났다고 했다.

총수들과의 만남은 그들이 스스로 원했거나 YS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사전에 YS측근들이 자금규모를 대충 파악해 회동형식을 정했다는 게 李의원 측의 주장이다.

李의원 측은 "10억원 이상의 정치헌금을 내는 총수들과는 1시간30분 가량 저녁식사를, 그 이하는 20~30분간 간단히 차를 나누는 식이었다" 며 "YS가 즐겼던 식사는 일식 (日式) 이었다" 고 했다.

YS선거자금 파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게 된 호텔측은 "14층부터 19층까지의 스위트룸은 담당직원이 전용 엘리베이터 키를 갖고 있는 데다 현재 손님이 묵고 있어 방을 공개할 수 없다" 고 밝혔다.

김숙자 (金淑子) 홍보부장은 "金 전대통령이 92년 당시 1916호를 즐겨 사용하긴 했지만 장기간 이 방을 예약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손님들이 객실에서 비즈니스 관계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선 알아서도 안되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게 호텔 측 입장" 이라고 했다.

다만 "호텔에 소속된 종업원이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해칠 수 있는 진술을 했다면 유감" 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환 상무는 94년 11월 퇴직해 괌에서 호텔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이날 金 전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을 찾은 한나라당 박종웅 (朴鍾雄) 의원을 통해 "정태수씨의 증언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특히 하얏트호텔에서 鄭씨를 만난 사실이 없다" 고 반박했다.

金전대통령측 김기수 (金基洙) 비서관은 대선 전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대통령 당선자 시절 요직 인선을 위해 황인성 (黃寅性) 총리 예정자.이회창 (李會昌) 감사원장 예정자 등을 부를 때 이 호텔을 사용한 적이 있다" 고 설명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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