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처럼 다시 모인 젊은 작가들 보니 보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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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10면

작가에게 작품을 선보일 공간만큼 절실한 게 있을까. 작품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 못지않지만 지갑이 얇은 젊은 작가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늦깎이로 붓을 잡은 키미아트 백미옥(57·사진) 관장은 젊은 작가들의 그런 마음을 헤아렸다. 서울 평창동 전망 좋은 3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갤러리로 만들면서 공모 작가를 모집했다. 2003년 11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길이었다. “요즘엔 (젊은 작가를 위한) 대안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그때만 해도 거의 없었어요. 1층에 제 작업실을 만들면서 2층과 3층 공간을 오픈했지요. 처음엔 130명쯤 지원했나. 지금은 매년 300명 가까이 해요. 그중 25~30명 정도로 공모 작가를 뽑지요.”

공모작가들과 개관 5주년 기념전 여는 키미아트 백미옥 관장

선정된 이들 ‘KIMI For You’는 삼삼오오 그룹을 이뤄 일정한 테마 아래 보통 두 달씩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다. 재능 있는 작가에게는 개인전과 그룹전 기회를 제공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했던 문성식씨가 1기 공모작가다. 이렇게 5년간 키미를 거쳐 나간 100명이 넘는 작가 중 36명이 다시 모여 개관 5주년 기념전을 연다. 이름하여 ‘Salmons of KIMI(키미의 연어들)’다.

1 최익진의 ‘Utopia’(2009)석회에 채색 나무에 염료, 60×60㎝2 윤정선의 ‘The gaze’(2009)세라믹, 캔버스에 오일, 81×81×10㎝

“작가 수준이 매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작가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훌쩍훌쩍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키미란 ‘귀하고 아름답다(貴美)’는, 제가 만든 한자의 영어식 표기인데 정말 모두 귀하고 아름답죠.”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백 관장은 하지만 부모님 뜻대로 한양대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나고 자란 대구에서 5년간 교편을 잡았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던 그에게 그림은 어느 날 ‘열병처럼’ 다가왔다. 서른세 살 때 대학원(계명대 미대 대학원)에 들어갔고, 얼마 후 미대(영남대 서양화과)로 편입했다. 큰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자 훌쩍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001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난 선생님이 제 포트폴리오를 맘에 들어 하셨어요. 덕분에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플로어 갤러리(Floor Gallery) 소속 작가로 2년간 활동했죠. 그동안 독일·중국·스페인 등에서 그룹전을 했어요.” 그는 물감에 몇 달 동안 담가놓은 광목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그의 작업이 궁금해져서 1층 작업실도 구경시켜 달라고 했지만 그는 “이번엔 키미 5주년전이 부각돼야 한다”며 부드러운 미소로 한사코 마다했다.

※키미의 연어들=8월 28일~10월 6일 서울 평창동 키미아트, 02-394-6411. 작품 관람을 마치고 3층 갤러리 카페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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