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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새뚝이]태릉중 유길상교장.최만희 교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올해는 '학교혁명' 의 원년. 교단에서는 이미 교원정년 단축, 전교조 합법화로 개혁과 변화의 태풍이 불고 있다.

교실에도 2002학년도 대입 무시험 전형에 맞춰 수행평가가 도입되는 등 새로운 학습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촌지.체벌 등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이에 교육현장 곳곳에서 '작은 혁명' 을 이끌고 있는 새뚝이 - 교원.학부모.학생들을 찾아 연재한다.

개학을 앞둔 2일 서울중랑구묵동 태릉중학교. 오후가 되자 작업복 차림에 한 손엔 빗자루, 또 한 손엔 쓰레받기를 든 60대 선생님 2명이 나타났다.

이 학교 유길상 (柳吉相.62) 교장과 최만희 (崔萬熙.63) 교감. 늘 그렇듯이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한다.

교사와 학생.학부모들로부터 '클린 콤비' 로 불리는 이들은 1시간 가량 구슬땀을 흘리며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95년 부임 후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학교 화장실이 더러워 아이들이 꺼리니 급할 때 잠시 귀가해 자신의 집 화장실을 쓰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

충격을 받은 柳교장은 그해 8월 부임해온 崔교감과 함께 맨 먼저 '화장실 청소' 에 나서게 된다.

학기중엔 오전 7시와 오후 5시 두차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청소에 나선지 올해로 4년째. 우유팩.담배꽁초로 막힌 곳은 집게로 끄집어내고 때가 낀 변기는 윤기가 나도록 닦았다.

화장실에 꽃을 꽂고 시도 적었다.

柳교장은 "자기 주변을 정돈하고 깨끗이 하는 것이 교육의 첫걸음이란 점을 교사.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했다" 고 말했다.

교사.학생들도 청소에 동참하면서 학기중엔 마치 프로야구에서 5회말 직후 '클리닝 타임' 을 갖는 것처럼 5교시 후 전체 청소시간도 만들었다.

1학년 김희영 (13) 양은 "처음에 교장.교감선생님이 여자 화장실도 청소해 놀랐다.

이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청소한다" 고 말했다.

클린 콤비의 화장실 청소가 시작된지 3년째인 98년에는 '우수학교' 로 선정돼 9백만원의 상금도 받았다.

클린 콤비는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즉각 사환으로 변한다.

인건비로만 1년에 1천만원 이상 드는 사환을 없애고 공문.우편물 분류에서부터 해당 교사에게 전달하기까지 잡일을 모두 교장.교감이 솔선하는 것이다.

심지어 종례종을 울리는 것도 崔교감의 몫이다.

柳교장과 崔교감은 정년단축으로 올 8월 퇴직한다.

그러나 교단을 떠나기전 교육적 체벌원칙을 확실히 세울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말 학부모와 함께 체벌원칙을 정했다.

교사에 대한 불손한 태도나 수업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주의와 함께 싸리나무 회초리로 종아리나 엉덩이를 때릴 수 있도록 하고 회초리 2백여개도 만들었다.

崔교감은 "잘못을 눈감아주거나 잔소리로 끝내는 것은 교육자의 자세가 아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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