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90년 새 40% 짧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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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에 만들어진 지형도에는 강화도와 한강 하구 일대에 갯벌이 곳곳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예성강 하구, 임진강 장단반도, 무의도, 소래포구 등지에 갯벌이 있었는데 면적은 6만3404㏊였다. 서울 여의도(295㏊)의 215배에 달한다. 2004년까지 이 지역의 갯벌 2만4508㏊가 간척됐다.

현재 인천공항 자리에는 과거에 용유도·영종도 등 네 개의 섬이 흩어져 있었으나 바다를 메워 하나로 만들었다. 간척 후 방조제를 쌓으면서 원래 구불구불했던 해안선의 굴곡이 줄어들거나 직선으로 바뀌었다. 서해안 전역이 그렇다. 갯벌을 간척하거나 바다를 매립하면서 해안선의 길이가 90년 사이에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8일 지난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한강하구에서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까지의 서해안 자연환경을 조사한 결과 해안선 길이가 약 2100㎞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910년대의 3500㎞에 비해 40%(1400㎞) 줄어든 것이다. 환경과학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안지역 자연경관 특성 및 보전방안 연구-서해안 사례’ 보고서를 28일 공개했다.

서해안의 굴곡도는 4.47로 동해안의 0.97에 비해서는 높지만 1910년대(8.16)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굴곡도는 해안선의 드나듦 정도를 수치로 환산한 것으로, 값이 클수록 해안선이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안선이 직선이면 굴곡도는 0이다.

환경과학원 자연보전연구과 최광희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전북의 새만금 간척지는 방조제 안쪽 갯벌 해안선을 기준으로 했는데 만약 곧게 뻗은 방조제(33㎞)를 해안선으로 계산했다면 서해 해안선 길이가 더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보고서에서 “간척이나 도로 건설 등 지속적인 해안 개발로 해안선이 줄 뿐만 아니라 자연경관의 질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안은 원래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간석지(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나 습지, 포켓비치(굴곡이 심한 해안 안쪽에 발달된 모래해안), 해안 사구(모래언덕) 등이 발달했고 강에는 하구가 넓게 형성돼 있었으나 개발로 인해 이런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원은 간석지·염습지(바닷물이 드나들고 염생식물이 자라는 습지)·사빈(모래가 쌓인 해안)·사구·하구·인공호수·암석해안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보전과 관리방안을 제시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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