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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과 유학길 동행 든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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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유학길에 오른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右씨가 28일 안내견 ‘찬미’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워싱턴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인천공항=김태성 기자]

“이제 장거리 비행도 두렵지 않아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28·여)씨가 28일 안내견과 함께 항공편으로 미국 워싱턴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김씨는 “전에 혼자 미국을 오갈 때는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서웠는데 이번엔 찬미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찬미는 김씨의 애완견이다. 두 살 때 실명한 김씨는 숙명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내슈빌주 피바디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2000년 숙명여대 입학 당시 장애인 전형을 마다하고 일반 전형으로 합격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후 일본에서 점자책과 악보를 구해다 공부했다. 2004년 졸업 때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받았다. 이 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80명에게 수여된다.

찬미는 삼성화재가 7월 초 김씨에게 제공했다. 20개월짜리 암컷 래브라도 레트리버종이다. 항공사들은 보통 5㎏ 미만의 애완견을 별도의 용기(케이지)에 넣었을 경우에만 탑승시킨다. 하지만 찬미는 애완견이 아니라 김씨의 신체 일부로 인정받기 때문에 주인과 동등한 탑승 자격이 있다. 또 애완견은 휴대수하물로 간주돼 무게에 따라 요금을 내야 하지만 안내견은 요금이 없다.

안내견이 10시간 넘는 장거리 항공편을 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대한항공 이진걸 인천공항지점장은 “찬미는 대한항공 종합훈련센터에서 13시간가량의 비행 적응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주인의 발 밑에 항상 대기하고 기내를 배회하지 않으며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훈련을 받았다. 찬미에게는 비행 중 물 이외의 다른 음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김씨가 공항 수속을 할 때 항상 곁을 지킨다.

삼성화재 측은 “국내 검역소에서 미리 광견병을 비롯한 종합백신접종을 맞았고 관련 증명서를 미국에 입국할 때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찬미는 김씨의 전문 연주자 박사과정 기간(약 2년) 동안 김씨와 함께한다. 김씨의 미국행에는 안내견 훈련사가 동행했는데 1주일가량 미국 생활 적응 훈련을 시킨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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