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스포츠]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 “배드민턴도, 경영도 페어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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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중 대교 회장이 배드민턴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진경 기자]

대교그룹 강영중(60)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방배동 눈높이사당센터 6층에는 ‘대교셔틀공원’이라고 이름붙은 배드민턴장이 조성돼 있다. 강 회장은 짬날 때마다 이 곳에서 배드민턴을 하며 땀을 흘린다.

맨손으로 시작해 국내 굴지의 교육기업을 일으킨 강 회장의 인생에는 항상 배드민턴이 함께했다. 그는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을 맡고 있다.

강 회장이 배드민턴을 처음 접한 것은 고교 1학년 때였다. “체육 선생님 두 분이 강당에서 깃털 달린 걸 라켓으로 치는데 참 재밌어 보였어요. 한번 해 보라는 권유에 얼떨결에 라켓을 잡고 30분 정도 배웠는데 바로 게임이 되더라고요. 하,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운동이 있구나 싶었죠.”

경남 진주 출신인 강 회장은 1974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4남매가 서울로 올라왔다. 모두 먹고살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는데 홀로 된 어머니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강 회장은 도봉구 번동의 집 앞에 조그만 공터를 샀고, 어머니는 직접 호미로 땅을 골라 배드민턴장을 꾸몄다. 모자는 매일 아침 그곳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덕분에 어머니도 강 회장도 건강하고 활력있는 생활을 하게 됐다. 올해 87세인 어머니 김정임 여사는 지금도 가끔 강 회장과 배드민턴을 친다고 한다.

강 회장은 배드민턴의 매력으로 ▶네트를 사이에 둔 신사적인 플레이 ▶운동량이 엄청난 반면 부상이 적고 ▶수준에 맞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세계 정상급 선수가 스매싱을 한 셔틀콕은 순간 최고 속도가 시속 332㎞나 됩니다. 타이거 우즈가 스윙한 골프공도 이보다 빠르지는 않지요.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직접 보면 ‘배드민턴은 부녀자·노인들이나 하는 스포츠’라는 오해가 사라지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배드민턴은 국내 동호인이 300만 명으로 생활체육 종목 중에서 가장 많고,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젊은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불면 경기에 지장을 받는 단점이 있어 BWF 산하 연구소에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셔틀콕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강 회장은 배드민턴을 통해 몸에 익힌 페어플레이 정신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그의 친구들은 “자네는 콧구멍이 두 개라서 살았지 하나였으면 숨막혀 죽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 그만큼 강 회장은 답답할 정도로 원리원칙을 지켰고, 곧이곧대로 사업을 일으켜 왔다고 자부한다. 그는 “명색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사업인데 거짓말 하거나 경쟁자와 이전투구를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도 맡고 있는 강 회장은 “요즘 청소년들이 체격은 커졌는데 체력은 크게 떨어져 있다”며 “아이들이 또래와 어울리고, 자연을 벗삼고, 스포츠를 통해 ‘나와 다른 남’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성취해 가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자신의 ‘스포츠 교육 철학’을 밝혔다. 

정영재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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