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 Start] "희망의 날개 단 빨간 마후라 될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 경기도 평택지역 공부방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12일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의 초청으로 부대를 찾아 조종사용 헬멧을 써보는 등 공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와~ 진짜 전투기다. 카메라가 달린 비행기도 있네."

12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정민이(이하 가명.초등6)는 난생 처음 만져보는 전투기가 너무 신기해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조종사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F-5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본 정민이는 "나도 꼭 아저씨처럼 '빨간 마후라'가 될 것"이라며 "방학이 끝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말했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방학인데도 나들이 한번 하지 못해 우울하던 어린이들이 확 트인 활주로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전투기를 지켜보며 해맑은 동심을 되찾았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저소득층 아동들을 돕는 'We Start'(위 스타트) 운동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경기도 평택지역 공부방에 다니는 저소득층 초등학생 40여명을 초청한 것.

부대 측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이날 오후 1시 비행단에 도착한 아이들은 부대 박물관과 무기 전시관 등을 둘러본 뒤 전투기 정비 과정을 지켜봤다.

"부품이 몇 개나 들어가나요?" "전투기로 우리 집까지 간다면 몇분이나 걸릴까요?"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전투기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날개에 매달려 보기도 한 아이들은 앞다퉈 질문을 했다. 조종사 헬멧을 써 본 민지(초등5)는 "공상과학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 용돈만 생기면 PC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민환이(초등3)는 "프로 게이머 대신 '희망의 날개'를 단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부방 아이들을 인솔한 임천명(40)목사는 "공군부대를 방문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1주일 전부터 '비행기도 타볼 수 있느냐'며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변변히 놀거나 공부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체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박상묵 제10전투비행단장은 "아이들이 장병과의 만남을 통해 '어떤 어려움도 헤쳐갈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10전투비행단은 앞으로도 저소득층 아이들을 부대로 초청하고 도움이 필요한 지역 아동과의 결연도 추진키로 했다.

부대를 둘러본 아이들은 '빨간 마후라' 아저씨들과 삼삼오오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수원=배노필 기자<penba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