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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정계개편 5대 시나리오]종착역은 '전국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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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국이 정계개편의 급류를 타고 있다.

27일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총무가 대구에서 이 지역을 '정치적 연합의 관심지역' 이라고 표현하자 28일 TK의 중진인 한나라당 김윤환 (金潤煥) 의원이 신당 창당가능성을 흘리며 화답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구상하고 있는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는 ▶국민회의.자민련 합당 ▶PK와의 민주대연합 ▶TK와의 지역연합 ▶제2야당과의 제휴 또는 중부권과의 지역연합 ▶재야세력과의 개혁연대 등 다섯갈래다.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가 다 제시된 셈이다.

최종 목표는 전국정당 창당을 통한 지역화합과 정국불안정 요인의 해소. 따라서 이 카드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걸림돌도 많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의 담판.영남의 지역정서.여권내부의 반발 등 도처에 불확실성을 촉발할 수 있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DJ취임 1주년을 맞는 다음달 25일 이전에 정치개혁에 장애가 되는 각종 정치현안을 타개한다는 것이 현 집권세력의 기본입장이어서 정계개편의 기류는 점차 가속될 전망이다.

◇ 국민회의.자민련 합당 = 양당간의 합당은 언제나 정계개편 논의의 중심축에 놓여 있다.

공동정권의 불안정성을 확실하게 해소하고 내각제 개헌문제까지 일괄 타결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일각에선 "먼저 합당해 단일 거대 여당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완성한 뒤 개헌한다" 는 '선 합당, 후 개헌' 카드가 제시되고 있다.

반면 자민련측에서는 "올해말까지 개헌을 완료한 뒤 합당하자" 는 '선 개헌, 후 합당'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개헌하려면 원내 의석의 3분의2를 확보해야 되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 는 논리로 자민련을 설득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측은 "합당에 대한 기본원칙에 양측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상태" 라며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국민회의 핵심 관계자는 "JP를 제외한 자민련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설득이 끝난 상태" 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자민련 관계자들은 "아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합당의 성사 여부는 DJP간의 담판을 통해 결판날 전망인데 JP의 의중은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 민주대연합 = 최근 김대중 대통령측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측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金전대통령의 청문회 간접증언 제안.차남 현철 (賢哲) 씨에 대한 사면방침 등의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여권은 특히 여론의 비판부담을 감수하면서 이런 방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DJ가 최근 '전직대통령 예우론' 을 설파하고 상도동을 방문한 설훈 (薛勳) 의원을 통해 개혁의 완수를 위해 함께 손잡고 나가자는 의중을 전달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동교동 가신그룹을 중심으로 "과거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상도동계와 다시 손잡는 것이 자연스럽고 대국민 명분이 있다" 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우선 YS는 아직까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부산.경남지역의 정서가 차가운 점도 제약요소다.

정치권에서는 DJ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화합 조치를 구체화하게 될 다음달 25일 전후를 주목하고 있다.

◇ TK와의 정치연합 =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 지지율이 무려 72% (대구) 나 되는 데다 빅딜후유증으로 더 악화된 민심 때문에 합류든 연합이든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돼온 시나리오. 지금까진 권정달 (權正達.안동을).장영철 (張永喆.군위 - 칠곡) 의원의 개별입당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론 권노갑 (權魯甲) 전 부총재 등 동교동계에서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서 이 지역출신 정치인들과의 세력연합을 일궈낸다는 방침이다.

울진 출신인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도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당장은 김진영 (金晋榮) 영주시장의 입당이 예상되며 최종적으론 문희갑 (文熹甲) 대구시장.이의근 (李義根) 경북지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은 듯하다.

다만 'TK 신당론' 이 가시화하면 이 세력과 우호적인 정책연합 혹은 정치연합이 형성될 수 있다.

한나라당 TK세력의 국민회의 입당에 대해선 자민련도 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인데다 지역정서도 만만찮아 귀추가 주목된다.

전두환 (全斗煥) 전 대통령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全전대통령은 전면엔 나서지 않은 채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全전대통령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공을 들이고 있다.

◇ 제2야당과 연합론 =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노선에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던 이한동 (李漢東).서청원 (徐淸源) 의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李의원은 한때 내각제 개헌검토를 주장해온 데다 김종필 총리와의 깊은 관계 등으로 자민련에서도 공을 들여온 인사다.

주변에선 수도권 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떠나 '무소속 교섭단체' 를 만들 것이란 설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민주계의 중진인데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때 이수성 (李壽成) 전 총리를 지지한 바 있어 여권으로선 탐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나라당 이탈명분이 마땅찮은 데다 따르는 세력도 많지 않은 약점이 있다.

◇ 시민세력과 개혁연대 = 야당시절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던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 (비지론)' 자들의 다수는 이미 제도권에 진입했다.

김근태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 제도권에 진입하지 않은 비지론자들을 중심으로 '민주개혁 국민연합' 등 사회단체들이 형성돼 있다.

이들은 외곽에서 金대통령의 개혁 지지기반이 되고 있는데 대정계개편 차원에서 전국정당이 발족하면 언제라도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개혁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의 참여에 대해 자민련이나 TK, 중부권 보수세력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이질적인 세력의 대연합이란 정계개편 구도의 본질적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이하경.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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