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보호하라” 청와대도 방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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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7일 청와대 춘추관 경호관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기자실 입구에 “안전을 위해 체온을 측정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귓속 체온계를 설치했다. 손 세척기도 갖다 놨다. 청와대 관람객이 드나드는 출입문에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관람객들은 입장에 앞서 일일이 손을 닦고 체온을 잰 후 검색대로 향했다. 신종 플루 때문이다.

신종 플루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청와대도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이 신종 플루에 감염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먼저 이번 주 초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한 연풍문에 이동식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날 오후 만찬에 참석하고자 청와대를 찾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본관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열 감지 카메라 검사도 함께 받았다. 25일 오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승수 총리와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28일까지 청와대 출입구 3곳 모두에 고정식 열 감지 카메라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귓속 체온계가 더해졌다. 차량으로 청와대에 들어오는 경우 탑승자 전원의 체온을 측정한다. 걸어서 들어올 때도 열 감지 카메라를 통과하면서 이상이 발견되면 체온을 다시 측정한다. 이때 37.8도 이상이면 의료진의 검사를 받게 된다.

경호처는 이 대통령이 외부 행사에 참석할 때도 신종 플루 차단을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23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때도 8대의 열 감지기가 설치됐다. 경호처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신종 플루 확산 정도가 심각해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특히 18세 이하 청소년 및 외국인의 신종 플루 감염 가능성이 크게 나오는 것과 관련해 9월 1일부터 이들의 청와대 관람을 일시 제한하기로 했다. 신종 플루 관련 경보가 격상되는 등 진행 추이에 따라서 청와대 관람 자체를 중단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예민하게 대응해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최근 신종 플루에 대한 국민 불안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관계 당국의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철저히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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