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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서울 관악주민 연대' 권익찾기 운동 4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해 9월 대한주택공사는 서울신림10동 공공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물가상승을 이유로 관리비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97년 임대료 인상을 경험했던 주민들은 수차례 부당성을 호소해 보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임대아파트 주민에게는 '입주자 대표회의' 조차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변변한 자치조직 하나 갖추고 있지 않았던 것. 공동체로서의 힘이 약했던 것이다.

몇몇 주민들이 '관악주민연대' 를 찾았고 주민연대는 즉시 주민협의체 결성을 제안,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대한 자체 감사를 단행했다.

결과 관리비는 인상 전보다 더 낮아졌고 용역업체가 부당하게 착복한 관리비까지 환수조치토록 했다.

95년 "관악구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를 통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실현한다" 는 구호 아래 발족한 '관악주민연대' 의 활동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재개발지역 폭력방지를 위한 관악구 주민 1만명 서명운동 ▶구립 어린이집 등 위탁시설 비리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결성 및 조례 제정 등이 그것.

그러나 주민연대의 활동은 이같은 다소 거창해 보이는 일보다 노인 및 결식

아동 무료급식, 청소년 공부방 운영,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 운영,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자활사업 지원 등 저소득층 주민의 복지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연대가 펼치는 '저인망식 활동' 의 힘은 특이한 조직구조에서 비롯된다.

중앙조직이 설치되고 이어 지역.사업별로 하부조직이 생기는 여느 시민단체와 달리 각기 활동하던 공부방.탁아소.청소년쉼터 등 각 센터들이 한데 뭉친 조직이다.

모든 활동은 각 센터들이 주관하고 주민연대는 센터들간의 교류를 이끌어내고 공통 관심사항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직화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로 통하는 관악구에는 70년대부터 종교단체.빈민운동가 등이 설립한 소규모 시설들이 유지돼 왔었다.

현재 주민연대에는 꽃망울글방.꽃마을놀이방.씩씩이 어린이집.낮은자리 (노인쉼터).평화의 집 (탁아 및 노인보호).낙곡 주민도서실.낙골교회 일터나눔운동 등 22개 센터들이 합류해 있다.

이외에도 관악자활지원센터에서는 주부 등을 대상으로 3개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악녹색가게는 서로의 재활용품을 나눠쓰는 장터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관악주민연대가 힘을 쓰고 있는 것은 '한가족 운동' 이란 이름의 실업극복운동. 봉천3동과 봉천9동에 생활안정지원센터를 설립해 취업을 알선하는 한편 이들에게 자녀나 노인이 있을 경우 주민연대에 소속된 각 센터들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장의 실업으로 가정이 와해되는 일들이 잦기 때문이다.

생활안정센터 홍소연 (27.여) 씨는 "부모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녀와 노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주민연대 강인남 (30.여) 사무국장은 "각 센터들이 일부 저소득 지역에 몰려 있어 관악구 차원의 주민권익 보호에는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다" 며 "앞으론 전체 관악주민의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 이라고 다짐했다.

02 - 854 - 9322.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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