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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인류통합의 場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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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세기는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초반의 두차례 대전 (大戰) 이 곳곳의 지역장벽을 때려부쉈고 후반의 냉전 (冷戰) 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큰 덩어리로 묶어내는 배경이 됐다.

냉전이 끝나자 나오는 '역사의 종말' 얘기는 세계화의 완성을 말한다.

자본주의의 세계통일 이후 인류에게는 개별성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1896년 시작된 근대올림픽은 지구촌 통합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올림픽경기장은 겉보기로는 대결의 장이다.

민족의 우월성,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려는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온 곳이다.

그러나 '스포츠' 라는 단일한 경쟁방법에 온갖 문화배경과 온갖 정치체제의 나라들이 함께 참여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통합효과를 가져왔다.

온 세계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종합적인 문화접촉을 가지는 축제가 올림픽이다.

'전쟁의 나라' 한국이 '올림픽의 나라' 로 알려지게 된 것이 단적인 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남한이니 북한이니 설명하기보다 '올림픽 코리아' 에서 왔다면 척 알아듣는다.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이 터져나오자 문화적 차이를 강조한 관계자들이 있다.

선물과 향응에 익숙한 제3세계 대표들과 원활하게 교류하기 위해 취한 행동을 서방 선진국의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접촉의 무대로서 올림픽의 의미를 생각하면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불거져나오는 비리의 규모와 성격을 보면 제3세계의 문화적 특성에 이끌려 인정을 후하게 둔 정도가 아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수천만달러가 든다는 것이 정설이 된 지 오래다.

나가노 (長野) 시는 겨울올림픽 유치에 공식비용으로만 1천3백만달러를 썼는데 유치 직후 관계서류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얼마나 뒤가 구린지 짐작이 가는 일이다.

1970년대 이후 사마란치 위원장이 이끌어 온 올림픽의 상업화는 큰 성공을 거뒀다.

올림픽 유치에 10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상업적 가치에 가려 문화적 가치도, 스포츠맨십도 보이지 않게 되고 있다.

올림픽이 인류문화를 상업주의로 통일해 가는 셈이다.

정작 큰 문제는 2000년 여름올림픽이다.

새 시대를 연다는 의미를 내세워 강세를 보이던 베이징 (北京) 을 접전 끝에 시드니가 겨우 물리쳤다.

그런데 시드니 유치위원회측의 뇌물공여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니 개최권 자체에 문제가 제기된다.

호주 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바로 시인하고 문제규명에 앞장서 주는 데서 그나마 수습의 실마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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