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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 영화사업 본격 진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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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대기업들의 영화사업 축소로 한파설이 나돌던 올 충무로 영화계에 오히려 이른 봄바람이 분다.

삼성.현대.대우 등이 외화수입에서 거의 손을 떼는 대신, 우리영화 제작투자는 '포기' 하지 않는데다 한국기술금융 등 7~8개의 금융사들이 영화사업에 본격진출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충무로의 새로운 '돈줄' 로 부상한 이들 금융사들이 내놓을 투자액은 줄잡아 3백억원. 참신한 시나리오를 찾아나선 투자자들과 이들 투자자간 혹은 제작사 - 투자자간 제휴를 모색하는 분주한 움직임으로 충무로 판도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5억원짜리 '쉬리' 개봉을 앞둔 삼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5편의 영화에 약 1백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 현대는 약 15억원의 규모로 2편의 영화에 부분투자하고 대우도 현재 '산전수전' 제작에 전액투자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외화배급에만 주력해온 제일제당이 30~50억원의 제작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제일제당은 자체 극장 (강변CGV) 을 중심으로 배급망을 강화해 국내 시장의 규모 확대와 한국영화의 해외배급에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사들의 경우 지난해 '엑스트라' 로 영화사업에 뛰어든 삼부파이낸스는 올해 자체제작을 포함 모두 50억원을 책정해 놓았다. 국민기술금융은 지난해 7편의 영화에 20억원을 부분투자했으나, 올해는 규모를 더욱 늘려 40억원을 갖고 4~5편의 영화에 전액투자할 예정이다.

한국기술금융 역시 부분투자로 4편의 영화제작에 참여하며 이밖에 한국개발투자금융, 미래창업투자를 비롯한 4개 금융사가 더 한국영화 제작에 착수한다.

금융사로는 제일 먼저 영화사업에 진출, 지난해 80억원을 투자한 일신창투는 올해엔 1백억까지 투자액을 늘릴 계획. 일신창투는 96년 '은행나무침대' 를 시작으로 손대는 영화마다 흥행을 성공시켜 '충무로의 마이다스' 로 불려왔으며 결국 여타 금융사들의 영화사업 진출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일신창투는 지난해만 약30억원의 순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진출 금융사들은 지난해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것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대기업 행보가 주춤해진 지금이 신규 투자자로선 좋은 기회라고 본다" 고 말했다.

▶전망 = 금융사 자본의 유입으로 올해 한국영화 제작 편수는 지난해 (36편 개봉) 수준을 훨씬 웃돌 듯. 제작과 자본의 분리를 통해 각 영역의 전문화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금융사의 진출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배급' .안정된 배급망없이 제작된 영화들이 개봉관을 잡는데 큰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제작만큼이나 유통 (개봉시기.장소.기간) 이 흥행을 결정짓게 되는 영화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

한편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장기적 조망없이 '수익가치' 만을 좇아 들어온 금융자본의 특성상 이 자본이 일시적으로 몰려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거품 '이 되기 쉽다는 우려도 없진 않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제작보다 배급이 영화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자본의 유입과 배급라인을 둘러싸고 벌어질 큰 변화가 앞으로 한국 영화계가 산업적 시스템을 갖추는데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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