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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간 배아복제 연구 승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영국 정부가 11일 유럽에서 처음으로 의학 연구 목적의 인간배아(胚芽) 복제를 승인했다. 영국은 2002년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생명윤리법'을 제정했으나 이 법에 의해 실제 연구를 허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 인간수정태생국(HFEA)은 뉴캐슬대 연구진이 제출한 난치병 치료법 개발을 위한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승인, 인간배아 복제가 실시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뉴캐슬대 연구진은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당뇨병과 파킨슨병 및 치매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추출할 계획이다.

연구 승인 신청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돌리 양 복제 때 사용된 것과 같은 세포 핵 이식방법을 이용, 수십개의 인간배아를 복제한 뒤 당뇨병 등의 치료에 사용될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추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5년이 지나야 복제된 인간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의학계는 HFEA의 이번 조치를 인간 질병 치료에 신기원을 이룩할 기념비적인 일로 환영했으나 종교계와 생명운동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뉴캐슬대 국제생명센터에서 수행될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앨리슨 머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질병 발생에 관한 중대한 통찰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인간배아 복제를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올 1월에 공포됐다. 일본도 인간배아 복제를 연구 목적에 한해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올 초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를 복제해 줄기세포의 추출.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우리나라의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기 이전에 연구가 완료된 것이다.

◇인간배아 복제란=인간의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하지 않고 인공적인 방법으로 복제해 낸 배아를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인간배아를 4~5일 동안 시험관에서 배양해 얻은 줄기세포가 곧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된다.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이식거부 반응이 없는 세포와 장기를 무한정 얻을 수 있고 ▶윤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복제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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