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 '인도가는 길'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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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문화적 특수성과 소득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인도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어디서나 같은 맛' 을 자랑하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KFC) 은 인도인들의 취향에 맞춰 야채를 섞어 양념한 메뉴를 개발하고 저가 (低價) 음식으로 승부를 벌이는 등 판매전략을 바꾼 지난해4월 이후 매출을 2백%까지 늘렸다.

스포츠용품회사 리복은 48달러짜리 신발이 너무 비싸 판매실적이 바닥을 헤매자 주력제품을 7달러짜리 T셔츠와 23.5달러짜리 조깅화로 바꿔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리복은 "99년을 처음으로 인도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해로 만들겠다" 며 30만 켤레의 운동화를 판매목표로 정했다.

또 미국과 인도의 합작 가전제품 업체인 GE - Godrej는 "냉장고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 는 광고가 먹혀들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인도시장에서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국적기업들은 인도의 거대한 시장잠재력만 믿었을 뿐, 인도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판판이 깨졌다.

특히 스포츠용품회사와 자동차회사들은 고가품 (高價品) 으로 인도시장을 공략했지만 중산층이 형성되지 않은 인도를 파고 들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스카치 위스키는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밀수품 때문에 고전했다. 켈로그의 시리얼은 향료를 넣어서 만든 아침식사를 즐기는 인도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실패했다.

다국적기업의 인도시장 실패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첫째가 인도인의 문화에 무지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이스크림회사들은 인도인들이 콘 보다는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점을 몰랐다. 또 방취제 (防臭劑) 회사들은 인도인들이 몸에서 나는 냄새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을 금기시한다는 것을 몰랐다.

둘째는 인도에 소비를 주도하는 중산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거품성 통계다.

실제로 인도 중산층의 평균소득은 연간 8백33달러에 불과해 소형TV나 재봉틀을 구입하기에도 버겁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휴대전화가 1백만대가 팔렸지만 인도인들은 이를 계속 사용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통신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앞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도에 뿌리깊이 남아있는 토착문화와 의식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시말해 인도에서 성공하려면 인도식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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