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절정에서의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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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주 은퇴를 발표하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수많은 기록을 엮어낸 그가 미처 못 이룬 기록으로 아쉬워하는 것이 있느냐고. 없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소속팀 시카고 불스가 훌륭한 농구를 하는 데 기여하는 것만이 자기 농구인생의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NBA 선수로서 최대의 영예는 통산 최다득점이다.

그는 이 부문에서 3위를 마크하고 있고, 지금 기량으로 한두 시즌만 더 뛰면 1위를 차지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미련이 없다.

조던을 아는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는 신인때부터 개인의 기량보다 팀워크를 앞세워 왔다.

그래서 뛰어난 득점력만 추구하기보다 게임 전체를 장악하는 올라운드 플레

이어로 스스로를 연마해 온 것이다.

그가 공격에만 치중했다면 그 부문 개인기록은 더욱 화려했겠지만, 소속팀의 6회 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내가 농구에서밖에 도전의 보람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나는 아이들 키우는 일에서 보람을 찾습니다.

농구 못지 않게 정성과 노력을 요하는 이 일에 지금부터 전력으로 매달리려 합니다. " 은퇴 인사말의 한 대목이다.

조던이 연전 타계한 부친과의 사이에 어떤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유명하다.

자신도 자기 자식들에게 그 못지 않은 훌륭한 아버지가 되겠다는 것이다.

뛰어난 기량은 스포츠맨이 두각을 나타내는 기본조건이다.

여기에 넓은 안목과 지극한 정성을 곁들인 것이 조던으로 하여금 '훌륭한 선수' 를 넘어 '훌륭한 인간' 으로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게 하는 것이다.

광고업계에서 그가 누리는 엄청난 가치도 여기에 근거가 있는 것이다.

포천지는 얼마전 조던의 경제가치를 1백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했다.

그의 활동이 스포츠계와 광고업계에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던의 은퇴로 이 추산은 의미를 잃는다.

그의 장래 활동 여하에 달린 일이지만 '에어 조던' 의 황홀한 경기모습이 사라지면 조던의 경제 가치는 크게 줄어들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래도 조던은 개의치 않는다.

가진 것을 지키기보다 새로운 것을 이루려는 것이 인생에 대한 그의 자세다.

한 차례 절정에 오른 93년 느닷없이 야구로 전향했던 조던. 실패한 외도로 여겼던 이 일이 그 후 농구로 돌아와 더 큰 절정을 이루는 밑받침이 되지 않았나 사람들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은퇴 이후 조던의 활동에도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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