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컨설팅 ‘꿈은 이루어진다’ - 서울 봉은중 2 송대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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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기자

남성 패션 브랜드의 CEO가 되고 싶다는 송대선군右에게 김태현 과장은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기로 했다. 디자인실에서 송군과 김 과장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황정옥 기자]

직업 1일 체험

18일 서울 신사동 LG패션 본사 로비. 송대선(14·봉은중2)군이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송군은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어제 많이 고민했다”며 “학생답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밝은 인상을 줄 것 같은 옷을 골랐다”고 말했다. 송군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서자 각종 의류 샘플, 옷감, 디자인 시안, 서류 등이 가득 쌓여 있는 사이에서 바쁘게 일하던 김태현 과장이 반갑게 맞았다. 김 과장은 신사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를 총괄하는 브랜드장이다. 그는 “의류 업체는 매출의 50% 이상이 주말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고량을 확인하는 월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라고 설명했다.

본고장 문화공부 위한 어학 실력은 기본

송군은 미리 준비해 간 질문지를 조심스레 펼쳤다. “학창 시절 성적은 어떠셨어요?” 김 과장은 “솔직히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고 중학교 땐 내신 1등급, 고등학교 땐 2등급 정도였다”며 “꼭 공부를 잘해야 리더가 되는 건 아니지만 장차 CEO가 되고 싶다면 남보다 많이 알아야 유리하다”고 대답했다. 의상학을 전공한 그는 동기들에 비해 경영·무역·경제 수업을 많이 들었던 것이 도움이 됐단다.

김 과장이 옆에 걸려 있던 재킷을 꺼내들며 물었다. “이 옷 어떠니? 얼마나 팔릴 것 같아? ‘작은 CEO’와 마찬가지인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계수화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군이 다음 질문을 던졌다. “패션의 세계 3대 도시라는 파리·밀라노·뉴욕에 모두 가 보셨어요?” 김 과장은 “시장조사와 해외 컬렉션 분석을 위해 매년 2~3번 주기적으로 방문한다”며 본고장에서 전통과 문화를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 어학 실력은 필수. 영어는 기본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중국 시장을 위해 중국어도 배워두라고 추천했다.

젊을 때 많은 경험을 하라

송군은 바이어에게 제품을 선보이는 행사 준비 회의를 참관하기로 했다. “OO컨셉트를 가운데 배치하되 다른 쪽에는 액세서리를 강화했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MD·마케터들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송군은 “전문 용어가 많아서 이해가 잘 안 된다”며 “공부할 게 무척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회의 후 김과장이 송군의 인생 로드맵을 보며 조언했다. “CEO는 옷의 생산·유통 등 모든 과정을 알아야 해. 20~30대에 현업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해보렴. ” 송군은 “패션 CEO라는 꿈에 더욱 확신이 생긴다”며 “내가 만든 브랜드의 옷을 전 세계 사람들이 입는 날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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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컨설팅

송군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패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옷 잘 입는 친구를 보거나 잡지에 나오는 모델·연예인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 ‘디자이너가 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아무래도 옷 만드는 일에는 흥미도, 소질도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책을 뒤져 진로 조사를 한 결과 최근 ‘패션 CEO’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머니 서정옥(41·서울 강남구)씨는 처음엔 ‘외모에 관심 많은 사춘기라 그럴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쇼핑을 하던 송군이 명품 브랜드 매장에 가면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 물었다. 서씨가 “클래식 같은 음악”이라고 알려주자 송군은 “아까 본 매장에서는 댄스 가요가 나와서 옷도 약간 수준 낮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제야 어머니도 송군의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부모 입장에서 남자 아이가 패션 분야의 일을 한다고 하면 조금 아쉽죠. 하지만 정말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이라면 반대할 생각은 없어요. 남들보다 일찍 진로를 결정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컨설팅을 의뢰했어요.”

“리더십, 예술적 소질 있어 적성에 맞아”

송군의 진로 컨설팅을 맡은 TMD교육그룹 고봉익 대표는 “상담을 통해 결정된 진로가 결코 정답은 아니다”며 “컨설팅은 자기를 이해하고 진로를 탐색·설계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라는 점을 일러뒀다. 먼저 학생·학부모를 1차 상담하고 여러 유형의 검사를 실시한 후, 2차 심층 상담을 거쳐 학생의 흥미와 학부모의 희망을 아우르는 직업을 찾게 된다. 고 대표는 “송군은 리더십이 뛰어나고 예술적 소질이 보여 본인이 희망하는 ‘패션 산업 CEO’라는 직업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인관계가 원활하고 관계 맺기가 탁월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다만 자신의 논리와 분석대로 외부환경을 구성하고자 하는 충동이 강하므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언해 주는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는 직업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송군이 스스로 인생 설계를 완성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컨설턴트와 함께 장기적인 인생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중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세웠다. 송군은 일단 외고에 입학하기 위해 2학년 2학기와 3학년 성적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마련했다. 현재 대입 전형을 기준으로 목표 대학 합격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도 조사했다. 고 대표는 “자신의 롤(role)모델을 찾아 e-메일·대면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며 “만나기 전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할수록 해당 직업의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진로를 설계해 드립니다. 중1~중3 학생이 대상으로, 선발된 학생에게 전문가의 진로 컨설팅과 일일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합니다.

신청은 e-메일로만 받습니다. yeolgong@joongang.co.kr (진로를 찾기 원하는 이유, 지원 동기, 연락처 반드시 기재)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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