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러시아발 '경제 라니냐'에 움츠린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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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브라질 경제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며 새해 벽두부터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채무불이행 (디폴트) 을 향해 치닫는 러시아도 유럽 등 주변국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나라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미국과 유럽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시아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의 현황과 전망,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

◇브라질 위기 파장

브라질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며 지불유예 (모라토리엄)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남미 전체가 주가폭락.금리폭등이란 금융대란 (大亂)에 휩싸였으며, 미국과 아시아권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2일엔 미국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이 강력한 경제개혁을 이뤄낼 것으로 확신한다" 며 주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카르도수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카르도수 대통령도 이날 "모든 채무를 갚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치 않다.

지난 6일 미나스 제라이스주 (州)가 연방정부에 대해 부채 1백54억달러의 지불을 유예한다고 선언하면서 불거진 위기는 11일 리우 그란데 두술주가 가세하면서 더욱 꼬여가고 있다.

게다가 3~4개 주가 추가로 지불유예 선언에 편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중남미 시장 붕괴→달러가치 하락→엔화 강세→일본경제 침체의 장기화→아시아 위기 재연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적절히 방어를 해내더라도 브라질 경제가 계속 악화되면 중남미.아시아의 신흥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제통화기금 (IMF) 이 약속한 4백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조기 지원하는 등 국제 사회 차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기.김영훈.하재식 기자

◇러시아위기 파장

러시아 경제는 한마디로 벼랑끝에 몰려 있다.

지난해 8월 국채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백약이 무효다.

12일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은 23.40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서만 1.94루블이 상승 (가치하락) 했고 모라토리엄 선언 직전인 지난해 8월 14일의 환율 6.39와 비교하면 무려 4백%나 올랐다.

각종 경제지표도 최악이다.

러시아의 총외채는 옛 소련 부채 1천억달러를 포함해 모두 1천5백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올해 갚아야 할 부채가 1백75억달러.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지난 한햇동안 31.3% 감소해 12일 현재 1백22억5천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러시아로서는 채무불이행 선언 외에는 별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상환해야 할 부채 1백75억달러중 95억달러만 갚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11일에는 이마저 어렵다며 46억달러밖에 상환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 민간.공공부문을 합쳐 6백억달러를 빌려준 최대 채권국 독일경제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60억달러를 제공한 미국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고 43억달러를 제공한 IMF도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채권국들은 이달 중순 예정된 러시아와 IMF간의 구제금융협상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최형규 기자

◇국내 영향은…

브라질의 경제위기는 당장은 아니지만 사태 진전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만일 브라질 정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게 되면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게 되고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외화 차입금 이자율이 올라가고 상환 연장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수출의 경우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 (1.2%) 이 낮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한선희 미주부장은 "모라토리엄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중남미 대상 수출업체들에 거래에 특히 주의해줄 것을 긴급 요청했다" 고 말했다.

한편 현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는 러시아의 디폴트 (채무상환 불이행)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경협자금 등 17억달러가 묶이는 것은 물론 러시아를 포함한 CIS.발틱3국.동유럽 국가 등에 대한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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