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硏 '거품재발'잇따라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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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소득 비슷하거나 줄것"88%-현대경제연구원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2월말 전국의 기혼남녀 9백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1년후의 소득이 지금과 비슷 (52%) 하거나 줄어들 것 (36%)' 이라는 응답이 대다수 (88%) 를 차지했다.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이처럼 소득 전망이 밝지 않다 보니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도 여전히 드물었다.

향후 6개월 동안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4.2%에 불과한 반면 줄이겠다는 응답은 43.3%에 달했다. 특히 향후 1년간 내구소비재를 구입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 (8.5%) 은 지난해 9월 조사 때 (10.1%) 보다 낮아졌다.

다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향후 1년간 경기가 좋아지거나 (36%) 비슷할 것 (41.5%)' 이라는 응답이 주류를 이뤘다.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고소득 계층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반면 저소득 계층의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돼 있기 때문" 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은 고용불안과 임금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 밝혔다.

*** 외환위기.주가폭락 위험 상존-삼성경제연구소

최근 증권시장 활황 등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번지고 있으나 실물경기가 뒤따르지 못해 대외여건이 불안해질 경우 외환이 대거 빠져나가고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98년 한국경제의 회고와 교훈' 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는 일단 벗어났으나 위험을 계속 안고 있다" 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자 경제회복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이 대두되고 분위기도 느슨해졌다" 며 "일부 계층에서는 과소비가 다시 나타나는 등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냄비 체질' 이 재발하고 있다" 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지나친 낙관과 기대는 금물" 이라면서 "지난해 이후 투자가 심하게 위축돼 올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산업 현장에서 투자심리도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외여건도 불안해 수출을 낙관할 수 없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이 수입확대로 이어질 경우 국제수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해 18년만에 기록한 마이너스 성장은 이제 고도성장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 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1~2%대에 머무르고 2000년 이후 잠재성장률도 5%이내로 낮아질 것으로 보여 기업.가계.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저성장에 맞는 가치관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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