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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장서 일본"철수",대만은"진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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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홍콩 자본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그동안 홍콩 경제를 떠받쳐 온 일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반면, 대만 자본이 대거 진출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철수' 와 '투자' 에 대한 양국의 논리도 대조적이다.

일본은 얼어붙은 홍콩내 소비시장을 '떠나는 이유' 로 들고 있는 반면, 대만은 침체된 홍콩경제가 가져온 '원가 하락' 을 투자유인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떠나는 자본' 이 '새로 유입되는 자본' 을 웃돈다는게 홍콩 당국의 고민이다. 설문조사 결과 올해도 상당수 외국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길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당국은 이들을 붙잡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이다.

◇ 떠나는 일본자본 = 일본 자본의 퇴조는 홍콩의 상징인 대형 일본백화점들의 줄도산이 신호탄이 됐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밀어닥친 지난97년말 야오한 (八伯伴.일본내 상호는 八百半) 백화점이 도산한 이래 홍콩내 주요 일본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실제로 지난해9월까지 홍콩의 소매판매 총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나 줄었다. 이중 백화점 매출은 31.7%나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해 월별 소매업 매출실적이▶1월의 - 11%에서▶3월 - 12%▶5월 - 15%▶7월 - 17%▶8월 - 20%▶9월 - 21%로 계속 악화된 것도 일본 백화점들의 '홍콩 포기' 를 부채질했다. 채산성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자금철수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홍콩내 작년4분기 GDP가 7%나 떨어진 상황에서 실제 이자율과 인플레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일본계 은행들이 참여한 신디케이트 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7.2%나 감소했다는 것은 일본 금융자본의 이탈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들어오는 대만자본 = 18년 전통을 지닌 일본의 홍콩산요 (三洋) 증권이 지난해9월 도산한 직후 대만의 타이쯔 (太子) 자동차그룹 산하 완타이 (萬泰) 은행이 재빨리 8백만달러를 투자해 산요를 인수했다.

이에앞서 지난해1월 대만 웨이징 (威京) 그룹 산하 징화 (京華) 증권등 4개기업은 8천9백만달러를 공동 투자해 역시 일본계인 야마이치 (山一) 증권사를 인수했다.

지난 97년3월에는 양안 (兩岸) 회담 대만측 대표인 구전푸 (辜振甫) 해기회 이사장이 설립한 허신 (和信) 그룹 산하 카이지 (凱基) 증권이 5천3백만달러를 들여 태국계 융관 (永冠) 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홍콩에 진출한 각국 기업들이 아시아권의 금융위기 이후 긴축경영과 철수를 모색하는 사이 대만기업들은 오히려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대만 경제부는 지난해 상반기 대만기업의 홍콩투자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나 증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만의 저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5.3%가 상징하는 '불황을 모르는 탄탄한 자본력' 이다.

주로 전자.부동산.운송.무역등에 치우쳐온 대만의 홍콩진출이 이제 금융업까지 확대됨으로써 홍콩내 대만 기업은 3천여개를 넘어서게 됐다. 중국을 제치고 진출기업수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징화증권의 리덩창 (李燈場) 사장은 "남들이 물러날 때가 오히려 기회다. 앞으로 홍콩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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