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타계한 스위스 작곡가 롤프 리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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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 3일 89세로 타계한 스위스 작곡가 롤프 리버만은 함부르크.파리 오페라를 일약 세계 굴지의 오페라단으로 만든 음악행정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리버만은 스위스 베른에서 유태계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작곡.피아노.지휘를 공부하고 작곡가로 장래가 촉망되었으나 취리히방송국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30년이 넘게 음악행정가로 활동했다. 그래서 그가 작곡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57년 북독일방송국 음악감독을 거쳐 59년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을 맡아 함부르크를 현대 오페라의 메카로 만들었으며 일찍부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베이스 쿠르트 몰 등을 발굴해 데뷔시켰다.

73년 프랑스 정부의 부름을 받고 파리오페라 극장장에 취임한 그는 그동안 스타 성악가들과 청중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폐쇄론까지 일었던 파리 오페라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메시앙을 설득해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 를 위촉했으며 칼 뵘.피에르 불레즈.로린 마젤.게오르그 솔티 등 정상급 지휘자들을 초청, 파리오페라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특히 79년 베르크의 미완성 오페라 '룰루' 전곡을 완성해 초연한 것은 오페라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 베르크의 아내는 남편의 작품에서 외도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 생전에 상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크 시락 프랑스 대통령은 리버만이 파리 오페라에 영광을 되찾아 준 은인이라고 애도했으며 리오넬 조스팽 수상은 "오페라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89년 개관한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건립의 초석을 마련했다" 고 회고했다.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장을 맡고 있는 위그 갈은 리버만이 키워낸 분신과도 같은 존재.

은퇴 후 작곡에 다시 전념한 리버만의 주요 작품으로는 각각 54년과 5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오페라 '페넬로프' 와 '아내들을 위한 교훈' , 그리고 '재즈 밴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등이 있다.

바스티유 오페라는 오는 2002년 그리스 신화 메데아를 소재로 한 리버만의 마지막 오페라를 상연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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