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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 여성 '성자결권'목청…낙태.임신결정권 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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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성적 (性的) 자결권 (自決權)' 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세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남성에 대한 성적 쾌락 제공, 종족보존을 위한 생식기능에 종속됐던 여성의 성 (性) 을 여성 자신의 결정아래 주체적으로 누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여성인권운동 단체들은 섹스는 물론 임신.출산.낙태나 성기절제수술 여부에 이르기까지 성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당사자인 여성의 의사에 반 (反) 해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후진국 여부와 문화권에 따라 성관련 전통이나 사고방식의 차이가 워낙 다양하고 미묘해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한 주류 여성운동계의 주장은 세계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하다.

서구 선진국내에서도 낙태문제처럼 좀체 의견이 모이지 않는 사안이 많다.

서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지역의 대표적인 쟁점은 여성에 대한 할례 (割禮) 문제.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는 지난해 9월 할례를 유엔난민지위협약이 규정하는 '박해' 로 인정, 세계 각국이 망명허용의 근거로 받아들여 줄 것을 촉구했다.

이 지역 여성들은 종교적 이유나 남성우위의 성문화에 억눌려 할례.처녀성 검사 등 굴욕적 행위를 강요당해 왔다.

인권단체의 비난 등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면서 할례 관행을 폐지하는 나라가 점점 느는 추세다.

젊은 여성의 90% 이상이 할례를 받던 케냐.이집트.세네갈이 지난해 이를 금지한 데 이어 인근 국가들도 불법화를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미국은 할례당할 위험에 처한 여성의 자국망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할례는 여성의 성욕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성기 일부를 제거하는 것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할례받지 않은 여성은 결혼할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억명 이상의 여성이 할례를 받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1분당 4명의 어린 소녀들이 할례를 받고 있다.

서구의 이민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영국의 경우 지난 85년 할례금지 법안을 마련했는데도 매년 1만5천여명의 소녀가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술의 70% 이상이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종종 출혈과다.패혈증.정신적 충격 등으로 인한 인명희생으로 이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편 이슬람교 국가인 터키의 경우 지난 6일 여성의 처녀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강제적 검사관행을 법으로 금지했다.

일본에서도 남성위주의 성문화에 반발, 성적 자결권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며 이를 인정하는 법원의 진보적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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