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음주운전은 안돼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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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빠, 간절히 비는데 들어 줄 수 있지. 절대 음주운전 하지 마세요."

영주시의 김병우(40)씨는 최근 딸 하영(10.장수초교 3년)이의 편지를 받고 가슴이 뭉클했다. 편지엔 "교통법규를 지키고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딸의 간곡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편지를 갖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읽어 본다"면서 "편지를 받고난 뒤 정지선 침범.음주운전 등 법규위반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전에 부쩍 신경을 쓰는 것은 경북지방경찰청이 지난달 시작한 '교통법규 준수를 위한 부모님께 편지 쓰기' 덕분이다.

경북경찰청은 경북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도내 초등학교를 돌며 1시간씩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교관인 경찰관은 어린이에게 교통사고의 무서움을 알리고, 부모에겐 과속.음주운전 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내용이다. 교육이 끝나면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경찰은 이를 모아 우편으로 각 가정에 보낸다.

지금까지 편지를 쓴 어린이는 전체 497개교 21만2500명 가운데 170개교에 3만2900명. 편지엔 아이들이 평소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버지는) 빨간불인데 건너고 고속도로에서 160~170㎞로 달릴 때는 무서웠어요. 우리 가족은 언제나 안전운행해요." "음주운전 사고로 엄마.아빠가 돌아가시면 우리 어린이들은 소녀.소녀가장이 되어 학교 다니기도 힘들고…."

경북경찰청 박헌국 교통안전계장은 "자녀가 호소하면 운전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생각해 편지 쓰기를 하고 있다"며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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