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증시 전망]갈곳없는 돈이 주가 향방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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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부분 전문가들은 99년중 종합지수가 700까지 갈 거라는 데 동의한다.

아직 900 또는 그 이상을 거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700에 이르는 과정이다.

10월 이후의 주가급등이 지나쳤다고 믿는 측은 '연초효과' 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상승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얼마 못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들은 금리인하.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반영됐고 증시쪽으로의 유입이 예상되는 신종적립신탁 만기분도 1월이 지나면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본다.

오히려 내년도 예상 증자물량으로 잡고 있는 최소 20조원이 연초부터 주가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증자가 순로롭지 않을 경우 부채비율 감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30조원에 달할 국채발행까지 감안할 경우 금리의 추가하락도 속단하기 힘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700은 당분간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풍부한 유동성을 믿는 측은 주가가 조정없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거품 여부를 떠나 일단 지수 700까지는 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증권사.펀드매니저들은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은 주가를 소위 펀더멘털 (기본가치) 로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금리를 끌어내렸고 위험을 피해 예금.채권 등으로 은신했던 잉여자금이 주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고 본다.

여기엔 정부의 '음모' 설도 한몫하고 있다.

어차피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증자로 물꼬를 터야 하는데 주식시장이 죽을 쑤고 있어선 아무 것도 안된다는 판단이다.

요컨대 "돈이 갈데가 없다" 는 것이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은 찾기 힘든 극심한 수급불균형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지난해 12월 15일 579를 고비로 조정에 들어간 주가가 더 깊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이 팔지 않으면 더 이상 팔 투자주체가 없다.

증권.은행 등 주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보유주식을 거의 전량 처분한 상태라 더 이상 내놓을 물량이 없다.

개인의 금융자산중 주식 비중은 80년대 15%, 90년대초 10%에서 최근 6%까지 내려왔다.

이는 앞으로 개인의 주식매수 강도가 상당히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고도 볼 수 있다.

외국인이 운용하는 글로벌펀드는 대부분 한국주식 편입비율이 낮은 데다 투자수익률이 지수상승률을 밑돌기 때문에 다소 초조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내년 3월께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기정사실화돼 있어 한국주식을 기피할 핑계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복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 불안해지거나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주가는 한차례 폭락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주가가 본격적인 내림세로 반전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여하튼 현재로선 연초 지속상승을 주장하는 숫자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요컨대 주가는 연초 한바탕 오름세 (상승폭에 있어선 600 또는 700으로 보는 상당히 다른 견해들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를 보인 후 조정에 진입했다가 하반기에 구조조정 및 국내외 여건이 전개되는 상황을 봐가며 재상승에 시동을 걸든지, 아니면 게걸음하든지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때 99년의 주가는 98년보다 더 크게 출렁거릴 뿐만 아니라 투자수익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타이밍은 물론 종목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권성철 전문위원

<도움말 주신 분>

▶노무라증권 高源宗 조사부장 ▶메릴린치 金憲洙 조사담당이사 ▶한국투자신탁 羅仁洙 주식운용부장 ▶LG증권 朴炳文 기업분석팀장 ▶환은샐러먼스미스바니 李根模 상무 ▶삼성증권 李南雨 이사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李鍾雨 과장 ▶대한투신 張鎬 주식운용부장 ▶다이와증권 張熙淳 상무 (가나다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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