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전망]경기회복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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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지구촌 경제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어느 해보다도 심한 열병을 앓았다. 따라서 올해 세계 경제가 이같은 불안정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세계 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요동은 없겠으나 불안요인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軟着陸) 여부, 유로의 앞날, 여전히 회복이 불투명한 일본 경제, 아시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회복 여부 등이 '불확실성의 시대' 를 특징지을 요소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얼마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두달전 예측치 (2.5%) 보다 낮게 잡은 것도 이런 측면을 반영하는 것이다.

◇ 미국 =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대들보라는 사실이 지난해만큼 잘 드러난 때도 없었다. 미국 경제가 굳건히 버텨준 덕분에 세계적인 공황이 비켜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99년에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감소로 제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기업수익이 나빠져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2%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기관별 전망치를 보면 IMF가 2.2%,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2%인 반면 일본 노무라 (野村) 종합연구소는 이보다 훨씬 낮은 1.4%로 보고 있다.

올해 경기가 이같이 둔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4.6%) 보다는 약간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RB가 물가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디플레나 인플레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유럽 = 유로가 출범한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도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 (ECB) 의 빔 두이젠베르크 총재 등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2.5%로 지난해 (3%) 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1개 유로 참가국들이 지난달 금리를 3%로 낮춰 경제활성화와 실업 해소에 나섰지만 평균 9.8%에 달하는 유럽의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로 참가국 전체 국내총생산 (GDP) 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3개국의 예상되는 경기둔화가 유럽 전체에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위기 여파가 러시아와 남미를 거쳐 유럽에도 영향을 미쳐 수출둔화와 내수 감소도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 아시아 = IMF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 2.6%에서 올해에는 0.5%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도 지난해 - 10.6%에서 올해 - 1.4%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무역진흥회 (JETRO) 는 아시아지역의 물가도 지난해 10.4% 상승에서 올해 6.6% 상승으로 상당히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일본이다. 노무라 등 일본내 예측기관들은 내년에도 일본 경제가 뒷걸음질쳐 ( - 0.4~ - 0.8%)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자산가치 하락폭이 워낙 커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출둔화세로 지난해 (7.2%)에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6.6% 라는 양호한 성적으로 거둘 것으로 IMF는 보고 있다.

◇ 중남미 = 97년 5.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중남미는 지난해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2.5% (예상) 로 둔화됐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남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되는 브라질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과도한 재정적자 해소를 겨낭한 초긴축 정책을 펴고 있어 주변국들의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힐 요소로 꼽힌다.

세계은행은 일단 99년 중남미 성장률을 0.6%로 보고 있으며, 부정적 요인으로 브라질 경제불안 외에 중남미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감소와 유가.광물질 등 원자재가격 하락을 들고 있다.

◇ 기타 = 파탄상태인 러시아 경제는 올해도 소생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성장률이 지난해 - 5.7%에서 올해 - 8.3%로 더 떨어질 것 같다. 무엇보다 재정적자 해소방안이 난망한데다 금융시스템도 거의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6%에서 올해는 3.8%로 조금 나아질 것으로 IMF는 예측하고 있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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