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대확산 땐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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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희(사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21일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대확산으로 치료제(타미플루)가 크게 부족해지면 특허 정지 조치를 내린 뒤 국내에서 복제약을 대량 생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제약사의 특허기간이 유효한 상태에서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생산을 허용, 위급한 상황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신종 플루 사태 이후 정부 고위 당국자가 특허 정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플루 치료제인 로슈의 타미플루는 특허권이 보장된 수입의약품으로 국내에서 복제약 생산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국내외 특허 관련 규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당국이 특허정지 강제실시권을 발동, 제3자가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전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 주최로 열린 신종 플루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는 또 신종 플루 대응방안과 관련, 국민의 27%까지 예방 백신을 맞도록 추진하되, 백신이 부족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부터 여유분을 적극 수입하겠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특히 “가을학기가 시작된 후 동절기로 접어들면 신종 플루의 대확산(pandemic)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민이 정부가 마련한 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주면 발병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 방문 목적은.

“북반구의 가을철을 앞두고 신종 플루 대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대응책을 논의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왔다. 인구의 1%만 예방 백신 접종을 계획 중인 중국에 여유분이 있으면 수입하는 방안도 협의하러 왔다. 중국은 시노백 등 10여 개 업체가 생산을 추진 중이며 한국 업체가 수입 접촉을 하고 있다.”

-가을 이후 대확산 사태 가능성은.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사태를 막는 게 정부의 임무다.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의 출현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대량 사망 사태가 생길 수 있나.

“WHO는 사망률 0.7%, 즉 1000명당 7명이 숨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도 대량으로 환자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WHO 예측보다 낮다. 물론 확률적으로 그런 (대량 사망) 사태를 배제할 수는 없다.”

-예방백신은 언제부터 공급하나.

“11월 중순쯤에는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 내년 3월까지 총인구의 27%를 예방 접종할 방침이다.”

-당정 협의에서 타미플루 비축분을 두 배로 늘린다고 했는데.

“선진국은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비축분을 갖고 있다. 우리는 추경을 반영해 확보해도 인구의 11% 정도뿐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제를 사용해도 일정한 비축분을 유지해야 한다.”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 정지(강제실시)를 단행할 의향은.

“아직 약이 있는 현 상황에서 강제실시를 하면 국제적 신의에 맞지 않다. 그러나 아주 위급하면 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든 백신이든 이들은 돈을 내야 하는 약품이지만 전 세계적인 공공재로 봐야 한다. 신종 플루가 만연한 시기엔 제네릭과 백신 생산이 원활하도록 특허 보유 업체가 이익을 넘어 협조하는 게 제약회사의 본분이다.”

-거제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환자가 37.7도 상태에서 보건소를 찾았으면 바로 추적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타미플루 투약 시기를 놓친 것은 뼈아픈 교훈이다.”

-국민이 안심해도 되나.

“정부의 예방 수칙을 지키면 70%는 막을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축제가 많은데 철저하게 체온 검사 등을 해야 한다. 기업체와 학교도 체온 측정을 수시로 해야 한다.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신종 플루 극복은 불가능하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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