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대박 인생 50년 워런 버핏 그의 돈, 성공 그리고 세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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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스노볼 1,2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1권 1028쪽, 3만8000원, 2권 812쪽 3만5000원

“(소설가) 발자크는 엄청난 재산 뒤에는 언제가 범죄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죠. (내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렇지 않아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에게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처음에는 애널리스트로 만났다가 우정을 나누는 사이였는데, 자기 자서전을 써달라면서 밝힌 ‘돈의 철학’이 그랬다. 덧붙인 말도 매력적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말이 다를 때는 나쁜 쪽을 선택해주세요. 아첨이 덜한 쪽으로….” 『스노볼』은 그 결과 탄생했는데, 포브스지 선정 세계 최고 부자의 삶과 함께 세계 최대의 스노볼(돈 눈덩이)을 굴린 성공투자의 노하우까지 들어볼 계기다.

이 책은 한 억만장자의 그렇고 그런 스토리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호경기에서 9·11사태, 금융위기에 이르는 미국 자본주의의 디테일을 훑어볼 역사 드라마다. 2000쪽 가까운 무게가 좀 마음에 걸리지만, 좋은 전기의 요건을 갖춘 것만은 분명하다. 대공항기 실업자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11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신문배달로 돈을 배워간 소년기도 흥미롭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어온 1부2처제의 삶이다.

워런 버핏은 조강지처인 수지가 사망한 지 2년 만인 2006년 애스트리드와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수지 주니어의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버핏과 애스트리드. [랜덤하우스 제공]

세상이 알 듯 그는 공식적인 아내(수지)와 별도로 ‘함께 사는 여자’(애스트리드)가 있다. 여기에 애인(캐서린 그레이엄)도 따로 있다. 이 책이 밝힌 세 여자 이야기는 이렇다. 버핏은 25년을 살아온 아내와 별거하면서 끝내 그녀를 놓지 않았다.

별거를 놓고 버핏은 “95%가 내 잘못”(1권 878쪽)이라고 인정한다. 어쨌거나 수지는 여자의 내조 없이는 일상이 엉망이 되는 남편을 위해 젊은 여자를 보내주는데 그게 애스트리드였고, 동거관계로 발전한다. 요란한 스캔들의 대상이자, 수지와의 별거를 재촉했던 그레이엄은 거물, 즉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이다.

그레이엄을 두고 이 책은 “말 잘하는 협잡꾼을 만나면 홀랑 넘어갈 여자”이자 “속물근성 때문에 특히 거물에게 잘 넘어간다”(1권 724쪽)고 적어놓고 있다. 이런 독설을 대범하게 넘긴 버핏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뭐니뭐니해도 ‘돈의 철학’이 아닐까? 그는 어떤 노하우로 50년 ‘연속 대박’과 함께 정상에 올랐을까? 답은 의외로 심플하다.

‘기본에 충실하라’가 그것이다. ‘빚을 내 투자하지 말라’ ‘인내심을 갖고 꼼꼼히 분석하고 챙겨라’ 등의 세목이 거의 전부다. 실제로 버핏은 그걸 실행했다. 소문과 술수 등 암초가 도사린 비즈니스 세계에서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사고, 거의 모든 정보를 섭렵하는 집중력 등이 ‘투자의 현인’이 가진 내공의 실체다. 2006년 빌 게이츠 재단에 360억 달러를 기부한 큰손다운데, 억만장자의 뒤에는 발자크의 추측처럼 범죄가 아닌, 존중할 만한 상식이 있었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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