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경찰 불도저 진압에 승려 할복.분신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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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조계종 총무원 청사 점거 승려에 대한 경찰의 진압작전이 끝난 조계사 경내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의 폐허로 변해있었다.

불도저.물대포.고가사다리차.폭음탄까지 동원된 경찰의 진압작전은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진행됐으며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은 유리병.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 특히 경찰의 인명피해가 컸다.

◇ 경찰 진입 = 경찰은 23일 오전 4시30분부터 조계사 정문을 지키고 있던 신도 1백여명을 몰아낸 뒤 주변에 6천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오전 5시45분쯤 서울지방법원 집행관 3명과 집행직원 1백명.경찰 1천5백여명이 조계사 경내로 진입하면서 진압작전은 본격화됐다.

경찰은 굴착기.불도저.견인차 등을 동원해 승려들이 쌓아놓은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총무원 1층 청사 쇠창살을 뜯어낸뒤 총무원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 저항 = 법원측은 방송을 통해 정화개혁회의측에 "더이상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건물을 비워달라" 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승려들은 이에 불응하고 LP가스통을 들고 위협하며 완강히 저항했다.

오전 6시부터 승려 2명이 건물 3층에서 윗옷을 벗은 채 과도를 들고 복부에 자해소동을 벌였으며 각운스님 등 일부 승려들은 신나를 온몸에 끼얹고 분신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 특공대 투입 = 대치상황이 계속되던 오전 9시30분쯤 승려들이 이불 등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청사가 시커먼 연기에 휩싸이자 경찰은 피해 확산을 우려, 건물 내부 진입에 나섰다.

경찰은 특수기동대 3백60여명을 청사 정문으로 접근시켜 1층 현관 유리창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승려들의 저항은 여전했다.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던 오전 9시55분쯤 최정예 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원 80여명이 기습적으로 청사 뒤편에서 고가사다리로 옥상으로 진입한 뒤 폭음탄 등 진압장비를 이용, 20여분만에 승려들을 무력화시킨 뒤 연행했다.

◇ 인명피해 = 오전 10시쯤 고가사다리차로 건물 4층 진입을 시도하던 경찰특공대원 5명이 계단 난간 손잡이가 휘면서 사다리가 넘어지는 바람에 10여m 아래로 추락, 골절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진압작전 과정에서 경찰 11명.승려 2명 등 모두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 사법처리 = 경찰은 모두 88명을 연행, 11명은 훈방하고 77명 (승려 61명.일반인 16명) 을 8개 경찰서에 분산, 조사중이다.

김정하.김성탁.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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