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해외차입 자제등 달러 수급조절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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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전선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대부분의 수출업체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보고 있으며 내년도 환율 예측이 어려워 신규 상담은 고사하고 수출계획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에 따라 연말환율을 1달러 = 1천2백50원 이상, 1백엔 = 1천원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은 22일 "최근의 환율하락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너무 가파르다" 며 "이 시점에서는 한은이 달러를 사들여 환율하락을 막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밝혔다.

金의장은 이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한은과의 당정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몸살 앓는 수출업계 = 기업들이 요즘 선적하고 있는 상품의 상당수는 달러당 1천3백~1천3백50원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긴 것들이다.

따라서 10%도 채 안되는 수출마진으로는 환차손을 메우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의류수출 전문업체인 팬코사 관계자는 "연말 수출 성수기에 환율이 급락해 수출물량의 40% 가량이 적자수출 상태" 라며 "자체적으로 보유한 3백만달러의 외화예금에서 생긴 환차손도 3억원에 달한다" 고 밝혔다.

내년은 더욱 걱정이다.

무역협회 김인규 팀장은 "수출업계가 최근 원화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달러당 1천1백50~1천2백원을 수출환율로 정하고 수출단가를 4~8% 가량 인상해 제시하자 해외 바이어들이 '지나치게 비싸졌다.

깎아주지 않으면 거래를 않겠다' 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 전했다.

무협 조승제 이사는 "무역업계가 요망하는 적정환율은 달러당 1천3백60원" 이라면서 "환율이 달러당 1천2백원 수준 이하로 지속될 경우 수출회복은 난관에 부닥칠 것" 이라고 우려했다.

◇ 환율동향과 전망 = 22일 외환시장에선 성업공사가 시중은행 부실 외화자산 인수날짜를 앞당기고 金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원화환율이 1천2백원대로 반등했다.

그러나 외환딜러들은 이같은 당국의 개입효과가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달러 실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에 따른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 상당기간 달러 공급 우위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당장 달러 공급요인으로 둔갑할 수 있는 거주자외화예금이 19일 현재 1백25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환율은 연말까지는 1천2백원을 중심으로 등락이 예상되나 내년 초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1천1백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시점에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없다면 1천원 선도 무너질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내다보고 있다.

◇ 정부 대책 = 대외적 문제를 감안해 직접적 개입선언 등은 하지 않고 있지만 "환율 급락을 좌시하지 않겠다" 는 등의 발언으로 심리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또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국제통화기금 (IMF) 차관의 원금 28억달러 외에 내년 중 만기 도래분 97억달러도 일정대로 상환하고 ▶당분간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해외차입을 자제토록 유도하는 등 달러 수급조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권하.정경민.신예리.이상렬 기자

*** 2면에 '환율' 기사 계속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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