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꼬이는 반도체,평가 개봉박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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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먼저 지난주에 있었던 일부터 짚고 넘어가자. 우선 주목되는 것은 주중 극심한 등락을 거듭한 증시동향이다. 이는 크게 두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금융장세로 불리는,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가상승은 애당초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격제한폭의 확대와 같은 여건변화가 아직도 투자자들에게 각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쪽이든 위험성, 또는 불확실성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인데도 최근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마구잡이식' 투자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주는 장 주변의 여건과 장세 흐름을 냉철히 파악하고 투자자세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간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한빛은행장 선정도 주목해볼 일이다.

이 문제는 합병되는 두 은행간 힘겨루기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들어가면서 혼란을 거듭하던 끝에 합병주총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서야 외부인사로 낙착되는 과정을 보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청난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사실상 국가소유가 된 금융기관들의 장(長)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부는 한빛은행장 선정과정에서 끝까지 '자율'을 강조했지만 과연 누가 그 말을 믿어 줄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90%가 넘는 절대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 일을 신속히 처리한 뒤 추후 민영화를 통해 깨끗이 손을 떼는 모습이 오히려 더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주요 사안으로는 이른바 '빅딜'을 다시 꼽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전자.LG반도체의 합병건과 삼성자동차.대우전자의 맞교환이 최대 관심사다.

반도체 합병문제는 외형적으로는 한때 합병에 강한 저항의사를 보이던 LG측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도 높게 몰아붙이자 결국 원안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주 중에는 경영주체를 가리기 위한 평가기관의 실사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 - 대우의 맞교환도 해당 기업과 지역사회의 격렬한 반발 속에 정보통신부장관의 돌출발언과 사퇴파장이 겹친 가운데서도 정부의 강력한 종용 속에 조금씩 일이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이들 사안이 제대로 매듭지어지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산업, 더욱이 경영주체가 있는 - 이는 은행구조조정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인데 -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이 과연 옳은 것이냐 하는 기본적 의문에서부터 빅딜 - 특히 반도체 - 이 과연 정부가 말하는 서로 이기는 '윈 - 윈게임' 이냐 하는 문제, 또한 요즘 특히 강조되는 소수주주권 보호는 어찌되느냐 하는데 이르기까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개혁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혁의 '목표'를 이루는 것인데 요즘엔 뭔가 빨리 보여주겠다는데 지나치게 집착하지나 않는지 함께 지켜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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