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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확한 체벌'로 교육세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교실이 위태롭다.

학교가 난장판이다.

이보다 더한 교육의 위기는 없었다.

수업시간에 떠든다고 야단치는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고 욕을 하는 학생이 있고, 자기 아이에게 벌 준다고 담임교사를 폭행하는 학부모가 있다.

숙제를 많이 내준다고 면전에서 선생에게 '능력이 부족하다' 고 야유하는 여학생이 있다.

선생이 그 학생을 때리고 교실밖으로 끌고가자 학생들이 112신고를 하고, 출동한 경찰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을 연행하기도 했다.

'나 건드리기만 해봐라, 교육부에 전화해서 목 잘라버리겠다' 고 대드는 학생, 학생이 종아리 맞았다고 옆반 학부모들까지 몰려와 '폭력교사 사표받으라' 고 교장을 윽박지르는 일도 있다.

교사들은 보고도 못본 체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교육포기 현상이 지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이토록 추락하고 있는 원인의 규명과 대책마련이 급하다.

오늘의 문제들은 단순히 체벌의 허용이니 금지니,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의 기본적인 질서와 규범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사회의 병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무규범.무질서 현상이 학교까지 휩쓸고 있는 탓도 있다.

교원의 직업지위나 전문적 권위는 점점 낮아지고,가정교육의 기능 상실로 아이들이 가정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채 학교와 사회에 내보내지는데도 원인이 있다.

최근 교원들이 학생들에게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나 고마운 선생님이 아니게 된 것이 더욱 문제다.

교문에 선 '촌지거절' 입간판이나, 전화고발 통신문을 본 아이들에게 교사는 돈만 아는 치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교육개혁 추진과정에서 교원들은 학교개혁을 도맡아 학교평가.감사대비. '열린 교실' .방과후 과외 등 과중한 업무에 지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안일무사하고 구태의연하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 개혁과 사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담임 선택제니, 부적격자 퇴출이니, 정년단축이니, 교원노조니 하는 가운데서 교원 경시풍조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하고 소명의식이나 자긍심을 잃은 상황에서 버릇없이 날뛰는 아이들을 가르치려다 체벌교사로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정부시책이나 학부모에게 못마땅해 울컥하는 감정으로 주먹질하는 사건도 없지 않을 것이다.

20년전 유럽학교들의 소동이, 10여년전 일본의 학교폭력이 지금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나라의 경험대로라면 곧 이어 학생의 교사폭행이 자행될 순서다.

국가적 대책이 서야 한다.

첫째, 정부는 학교 안을 좀 들여다보기 바란다.

무엇이 소중하고 급한지를 빨리 알기 바란다.

인격적 만남은 교육의 선행조건이다.

어느 나라보다 많은 학급정원, 정신을 못차릴 만큼 많은 학교 사무를 가지고는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교육이 될 수 없다.

둘째, 교사를 제자리에 세워야 한다.

교사가 흔들리면 교육이 흔들린다.

교사를 안정시키고, 우대정책을 펴야 한다.

셋째, 교육청과 학교는 교육법에 정한대로 학교규칙을 정하고 학부모 교육과 엄격한 학생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넷째,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 허용될 수 있는 체벌의 범주를 정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 허용될 수 있는' 사항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벌을 명문으로 금지한 일본의 경우 체벌사건 재판에서 '사회 상규상 교육적 필요' 라고 인정되는 체벌은 교육적 행위로 보고, 미국의 여러 주들도 판례상 '부모를 대신한 정도 (친권위임론 : in loco parentis)' 의 벌은 헌법상의 '잔인하고 이상한 형벌' 이 아니라 교육적 징계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사유와 학생의 연령.체벌정도 등을 따져 사회상규에 벗어나지 않은 벌은 교육행위로 인정해 왔다.

잘못한 행위의 종류, 매의 규격 및 횟수, 연령과 성별.학년에 따른 벌의 구분, 본인의 변호와 제3자의 입회, 부모와 교장에 대한 사전.사후 보고, 기타 적법한 절차 등을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와 가정에서 청소년과 자녀교육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범사회적 국민운동이 전개돼야 할 것이며 특히 사회단체가 학부모에 대해 하는 교육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학교와 교원은 신뢰와 존경을 회복할 수 있는 범교육자운동을 전개해 교육풍토 쇄신의 선도역할을 하기 바란다.

강인수 수원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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