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바둑]마샤오춘-유시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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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누가 재기하는가

제1보 (1~14) =중국인들에게 우칭위안 (吳淸源) 9단은 살아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다.

1930년대 군국주의 일본이 한국을 삼키고 중국대륙으로 뻗어갈 무렵 14세의 어린 나이로 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절정에 오른 일본의 고수들을 모조리 꺾어버린 우칭위안. 그는 일본에서조차 기성 (棋聖) 으로 불린다.

하지만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은 "나는 吳9단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 태연히 말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어렸을 때 吳9단의 포석책을 봤는데 흑의 포석이든, 백의 포석이든 모두 자신의 실전을 예로 들며 이처럼 두어야한다고 쓰여있더라는 것. 한쪽이 흑이면 한쪽은 백인데 어찌 흑백이 모두 옳을 수 있느냐, 그러므로 吳9단은 거짓말쟁이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피아노를 좋아하고 독불장군의 기질을 지닌 마샤오춘9단. 그는 분명 중국이 낳은 바둑의 귀재임에 틀림없다.

이창호9단에게 10연패를 당한 후유증으로 중국 내에서도 신예 창하오 (常昊) 8단에게 밀리는 처지이면서도 그는 기죽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나는 전보다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다. 95년도에 세계대회를 연속 우승한 것을 기준으로 계속 그걸 요구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다" 고 하는가 하면 창하오에 대해 묻자 "이창호에게 물어보라. 둘이 많이 두었지 않은가" 하며 웃는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선 뭔가 보여주겠다는 한마디도 빼놓지 않는다.

심정적으로 좀더 절박한 사람은 유시훈7단 쪽일 것이다.

94년 23세 때 일본의 천원전에서 우승했고 이듬해는 왕좌마저 추가해 일본 바둑사에 조치훈.요다.유시훈의 삼국시대를 열었던 신예유망주 柳7단. 그는 천원전 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받자 절반은 스승에게, 절반은 지진이 일어난 고베 (神戶) 시에 기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무관이 됐고 이번 삼성화재배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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