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레기 지하관로로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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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이 우거진 공원 옆으로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도시.

경기도가 수원시 이의동에 335만평 규모로 짓는 이의 신도시가 국내 최초의 생태도시로 꾸며진다. 그동안 일부 신도시에 생태환경기법이 부분적으로 가미된 적은 있지만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전면적으로 생태도시 개념을 도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6만명을 수용할 2만가구의 주택으로 이뤄질 이의 신도시는 2007년부터 분양에 들어가 2010년에 입주가 이뤄진다.

◇생태도시란=이상문 협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도시는 개발계획을 먼저 세운 뒤 생태환경 요소를 부차적으로 반영했지만 이의 신도시는 처음부터 생태환경 계획을 바탕으로 도시를 건설하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도시는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고 도시기본계획을 짠다. 이 과정에서 땅값이 비싼 상업.업무지구를 우선 확보하고 남는 공간을 공원이나 녹지로 할당한다. 철저하게 토지의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개발이 먼저고 환경보전은 뒷전이었다.

그러나 이의 신도시는 연말까지 도시기본계획을 작성할 때 생태환경계획(green plan)이 우선적으로 반영된다. 보존할 녹지와 하천 등을 먼저 찾아내고 남는 땅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과정을 거쳐 이의 신도시에는 생태환경을 최우선으로 한 실험적인 방법이 시도된다.

우선 녹지 비율을 과천.분당의 두배가 넘는 45%를 목표로 삼았다. 도시의 거의 절반이 공원과 녹지로 꾸며지는 것이다. 도시 북측에 위치한 광교산 녹지 축 등 3~4개의 녹지 축을 조성하고 이미 훼손된 일부 녹지 축은 복원된다. 통풍로(바람길)도 확보된다.

신도시를 지나는 영동고속도로와 43번 국도 위에는 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연결통로(에코 브리지)가 만들어진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생태순환 시스템도 도입된다. 예컨대 생활하수는 정화해 중수도로 활용하고 빗물은 유수지에 저장해 생태하천에는 사계절 물이 흐르도록 한다.

쓰레기 처리 방식도 친환경적으로 바뀐다.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재활용되고 생활쓰레기는 지하에 묻힌 관로를 통해 바람의 힘을 이용해 깨끗하게 수거된다. 도로에서 쓰레기 차량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환경 개념을 중시하다 보니 도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 신도시보다 20%가량 더 들어간다.

◇외국 사례=유럽에서는 1990년대 이후 환경 보존을 우선시해 대규모 신도시 건설은 가급적 피해왔다. 그러나 대도시 인근에 소규모 택지를 조성할 때는 철저하게 생태도시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근교의 키르히스타이크 펠트, 뮌헨 남부의 림 메세슈타트, 하노버 남동쪽의 크롬스베르크 등이 공원녹지 체계와 생태순환 시스템을 갖춘 모범 사례로 꼽는다.

대규모 신도시로는 일본 도쿄 인근의 다마 신도시, 영국 런던 인근의 밀튼 케인스시 등이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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