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계가 급변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제3야당인 자유당과의 연립정권 (自.自연정)에 합의하면서 여권내 역학관계가 뒤바뀔 조짐이고 안보정책을 비롯한 기본정책들이 수정되고 있다.
때마침 자민당에는 세대교체 바람도 불고 있다.
지난 93년 자민당 일당지배 붕괴와 비 (非) 자민 연립정권 탄생, 4년간에 걸친 자민.사회.신당사키가케 연정에 이은 정계개편의 제3막이 열린 셈이다.
야권도 제1야당인 민주당이 간 나오토 (菅直人) 대표의 여성스캔들로 휘청거리면서 정국변화에 한몫 하고 있다.
◇ 자.자 연정 = 지난달 19일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자민당총재와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郎) 자유당당수가 내년 1월 정기국회 전에 연정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지난 7월의 참의원선거 참패후 의석이 반수를 밑돌아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자민당과 지난해말 신진당 분열후 소수당으로 전락한 자유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두 당이 일본의 양대 보수정당인 만큼 연정의 기본적 성격은 '보 (保).보 (保) 연합' 이다.
이는 양측이 자위대의 유엔평화유지활동 (PKO) 을 강화한다는 데 의견을 접근시킨 데서 잘 나타난다.
두 당은 오는 19일 당수회담을 갖고 안보.경제정책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연정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대 (對) 북한정책은 강경해질 것이 분명하다.
연정은 또 자민당이 외형상 93년 일당지배체제 붕괴 이전의 형태로 거의 복원되는 성격도 갖는다.
당시 탈당한 오자와 추종그룹중 하타 쓰토무 (羽田孜.전총리) 민주당간사장 등 일부를 빼고는 모두 '친정' 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 세대교체 = 자.자 연정과 맞물려 자민당내에는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전 정조회장이 옛 와타나베 (渡邊) 파를 뛰쳐나와 지난달 새 파벌을 결성했고, 모리 요시로 (森喜朗) 간사장도 지난 11일 미쓰즈카 (三塚) 파의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전 간사장은 연내에 오부치파에 이은 2대 파벌인 미야자와 (宮澤) 파 회장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자민당 주류인 이들 3명은 모두 자.자 연정에 소극적이다.
사민당.신당사키가케와의 연정을 주도했던 가토.야마사키는 연정이 옛 자민당의 부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연정에 반발하는 근본적 이유는 오부치의 후계자리를 노린 당권경쟁 때문이다.
특히 차기총리로 유력시돼 온 가토는 오자와 그룹을 '트로이의 목마' 로 의심하고 있다.
오자와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전 관방장관.가메이 시즈카 (龜井靜香) 전 건설상과 당내 '보.보연합' 을 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가지야마.가메이.고노 요헤이 (河野洋平) 전 총재.무토 가분 (武藤嘉文) 전 외상 그룹은 '위기돌파.개혁의련' 을 구성한 뒤 새 주류로 나설 채비다.
오부치 총리가 당내 갈등요인을 어떻게 봉합할지 주목된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