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위 '선동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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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야구 삼성이 지난 8일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20일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치른 15경기에서 10승을 거둔 결과다. 승률 6할을 훌쩍 넘긴 완연한 상승세다.

삼성이 최근 이처럼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것은 '선동열의 힘'이다. 이번 시즌에 부임한 선동열(41) 수석코치가 "유명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고, 현역시절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 코치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역시 투수진 운영. 삼성의 후반기 10승 중 선발이 승리투수가 된 경우는 무려 9경기다. 선발진의 놀라운 위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국보급 투수'였던 선 코치의 지도력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선동열 효과'의 최대 수혜자들은 김진웅.배영수.권오준 트리오다. 모두 가능성은 있지만 '에이스급'은 아니었던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선 코치는 올 초 겨울훈련 때부터 100여개의 공을 매일 던지게 하고, 항상 마운드에 오르면 주자가 있는 것을 가정하게 하는 등 힘들고 까다로운 주문만 골라서 해왔다.

그리고 이런 혹독한 훈련 덕분에, 자신의 가능성에 눈을 뜬 이들은 모두 '인생역전'을 이뤄냈다. 김진웅은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벗고, 과감한 승부로 3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 복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초반 제구가 안 되는 약점이 있던 배영수는 이를 극복하며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중고 신인' 권오준은 7승째를 올리며 무명의 설움을 완전히 털어냈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선 코치는 해외무대 경험 등으로 얻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적절하게 전수해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뿐 아니라 엄격하고 과묵한 성격의 김응룡 감독을 보필해 선수단의 화합을 다지는 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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