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입법 국회서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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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기국회 폐회를 나흘 앞두고 여야가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 씨 구속을 계기로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규제개혁법안 및 한.일 어업협정 비준, 교원정년 단축 등을 담은 각종 주요법안이 무더기 계류위기에 몰렸다.

이런 와중에 각종 부패의 고리를 끊고 국민편의를 위해 제출된 1백90개 규제개혁법안을 둘러싸고 규제철폐로 이득을 보는 측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해집단간에 국회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더구나 야당은 각종 규제개혁법안을 일괄법안으로 제출한 것을 문제삼고 나서 법안심의마저 난관에 부닥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각종 규제 1만1천개중 5천개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국회의 '입법권' 에 가로막혀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일 어업협정 비준, 교원정년 단축 등 현안도 여야간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14일 본회의에서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보이콧까지 검토하고 있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총 5백77건 (정부제출 2백22, 의원제출 3백55) 의 법안이 모두 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개혁법안 로비 = 규제개혁으로 독점적 기득권을 잃게 된 이익단체들의 개별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는 물론 민원.탄원.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규제개혁법안들은 의약분업, 탁주공급지역 제한폐지,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업종 수임료 자율화, 각종 이익단체 복수설립 허용 등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법개정을 시도했으나 이해집단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들. 일부 이익단체는 심지어 지역구에 있는 지부조직을 동원,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농림해양수산위 등 4개 상임위에서는 법안 (95건) 을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15일까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번 회기내 처리는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주요 쟁점 = 국민회의.자민련은 일본 중의원이 자국 어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1일 협정을 비준한 점과 내년 1월 22일 이후엔 한.일간에 무협정상태가 되는 점 등을 들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 아래 의장 직권상정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새 협정은 독도영유권에 대한 우리 주장을 약화시켰고,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든 것" 이라며 상정 자체를 강력히 저지키로 했다.

교원정년 단축은 여야간 갈등에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법 개정안 통과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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