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문단 파견 가능성 … 이종혁 아태 부위원장 1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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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DJ가 남북관계의 한 획을 그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의 주역인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 파트너였다는 점에서다. 특히 조의를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조문단을 남한에 파견할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은 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협력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거론한다. 남한 측에 6·15 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해온 북한이 그냥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김 위원장 면담에 따라 남북관계에 해빙무드가 감돌고 있는 분위기도 조문단 파견 가능성을 높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북한이 긴장 국면을 조성할 때라 조의 표명에 그쳤다”며 “최근 현대 편에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내온 김 위원장이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장례식 때 전세기 편으로 송호경 아태부위원장을 보내 조의를 표한 전례가 있다.

조문단이 파견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해온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남측과 당국 차원의 접촉을 하게 된다. 출·입경 절차는 물론 조문단의 행동 하나하나를 당국 차원에서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조문단 파견이 남북 당국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접대화의 기회라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조문단 파견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장으로는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이 1순위로 꼽힌다. 6·15 공동선언 당시 대남라인 중 건재한 상태인 몇 안 되는 인물인 데다 2004년 서울 방문 때 김 전 대통령과 만난 인연 때문이다.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이나 김기남 당비서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내부 사정이 여전히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조문단 파견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부 당국자는 “현 회장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문단 파견에 대한 남한 내 여론이 어떤 쪽으로 잡힐지에 대해 북한의 대남전략가들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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