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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어떤 얘기 남겼나, 마무리 단계 회고록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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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엄청난 양의 책을 읽는 독서가로 이름났다. 생전에 일산 자택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피로해진 눈을 풀어주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드물게 체계적 이론으로 무장한 정치인이었다. 논리정연한 말솜씨는 일찍이 정평이 난 터였다. 서민을 울리고 웃긴 대중연설은 구름같은 청중을 몰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박정희 정권 때는 공화당의 전횡을 막기 위해 5시간 19분의 의사진행발언으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하는 바람에 국회법에 발언시간 제한규정이 생길 정도였다.

여기에 본의 아닌 수감생활로 얻은 막대한 독서량이 뒷받침되어 나름의 경제론·통일론을 갖춘 저술가로도 우뚝 섰다. 단순한 경험담이나 자기 자랑이 아닌 ‘본격 저술’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저서도 많지만 고인을 소재로 한 책도 적지 않다. 생사의 고비까지 겪으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그의 정치 역정은 드라마틱하기에 평전도 여럿이다.

뿐만 아니라 색깔론·지역차별론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그의 행적과 이념을 둘러싼 비판서도 수두룩하다. 뿐만 아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꿈을 키워주기 위해 그를 모델로 한 아동용 도서도 쏟아졌다. 이래저래 고인과 관련된 책은 80종에 육박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 중 24종을 지금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표 참조>

◆자연인 김대중=고인의 내면을 알 수 있는 책으론 먼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꼽을 수 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9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할 때 쓴 책이다.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겁이 많은 남자’ 같은 고백도 있고, 정치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고언(苦言)도 실렸다.

젊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내가 사랑한 여성』도 고인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독자들 관심으로 인터넷서점의 주문이 늘었다는 출판사 측 전언이다.

삶의 나락과 영광의 절정을 오간 고인의 깊은 사유를 담은 잠언집 『배움』도 많이 읽혔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하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용기다” 같은 구절은 깊은 울림을 주기에 인터넷서점에서 별점 다섯개를 받을 정도로 평가가 좋다. 2007년 출간 이후 2쇄를 찍었는데 곧 5000부를 추가 제작할 예정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2000년 양장본이 나온 『김대중 옥중서신』(한울)도 권할 만하나 새 버전 준비 관계로 절판됐다.

◆정치인 김대중=그의 정치철학이 궁금하다면 『21세기와 한민족』을 펼칠 일이다. 대통령 재임 중의 주요 연설과 퇴임 후 언론 인터뷰· 연설을 모은 것이다. 6·15 남북정상회담 대국민 보고문과 노벨 평화상 수상연설문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97년 나온 『대중참여경제론』(산하)은 정치인이 처음 쓴, 체계를 갖춘 경제론이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통일론으론 대통령 퇴임 후에 선보인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아태평화재단)이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데 아쉽게 절판됐다.

만일 온갖 시련을 딛고 대통령이 된 고인의 정치역정을 알고 싶다면 『든든해요 김대중』이 권할 만하다. 고인이 정치가로 걸어온 길을 가까이서 지켜본 최측근이 썼기에 상당히 사실적이어서다. 4·11 총선 이후 DJP 후보단일화를 거쳐 정권교체를 이뤄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한편 고인이 생전에 준비한 회고록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인간 김대중, 정치인 DJ’의 진면목은 물론 우리 정치사의 뒷이야기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는 귀한 책이어서 여러 출판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성희 기자, 최다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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