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공동경비구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53년 7월 27일 마침내 한국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휴전협정에 따라 한반도를 가로질러 폭 4㎞의 비무장지대 (DMZ)가 설정됐다.

이와 함께 휴전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협정 위반사건을 협의.처리하는 공동기구인 군사정전위원회가 판문점에 설치됐다.

휴전회담이 시작된 것은 1951년 7월 개성에서였으나, 그 해 10월 판문점으로 장소를 옮겼다.

도로변에 초가집 4채가 있을 뿐인 한촌 (寒村) 이던 널문 (板門)에 천막을 치고 시작한 휴전회담은 장장 1년9개월을 끌었다.

휴전회담을 마친 뒤 휴전협정 조인을 위해 부근에 목조건물을 지었으며, 그 후 현재 위치로 다시 이전했다.

판문점은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긴 휴전을 관리하는 장소이자 냉전 (冷戰) 의 마지막 남은 유물로서 여전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향민 (失鄕民) 인 작가 이호철 (李浩哲) 은 1961년 발표한 단편소설 '판문점' 에서 "해괴망측한 잡물, 사람으로 치면 가슴패기에 난 부스럼 같은 것" 이라고 빈정댔다.

판문점은 유엔군과 공산군, 즉 서로 적대 (敵對) 하는 쌍방이 공점공유 (共占共有) 하는 공동경비구역 (JSA) 이다.

지름 8백m의 원 모양으로 돼 있으며, 한복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 테이블 위로 군사분계선 (MDL) 이 지난다.

건물로는 회의장을 비롯해 유엔측 자유의 집, 공산측 판문각 등 24개동 (棟) 이 들어서 있다.

JSA는유엔측과 공산측이 각각 6개 초소를 운영하며, 각각 35명으로 구성된 경비병을 상시 투입하고 있다.

휴대하는 무기는 권총으로 제한된다.

과거엔 JSA 안에서 양측 경비병들이 서로 오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 이후 군사분계선 위에 폭 50㎝, 높이 5㎝의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 양측 경비병들이 상대방 지역으로 넘어갈 수 없도록 했다.

JSA에서 근무하는 국군 병사들이 북한측과 오랫동안 접촉해 온 이상한 사건으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개중엔 북한측 초소를 수시로 방문하고, 값비싼 선물까지 받은 사람도 있어 북한측에 포섭돼 이적 (利敵)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한 젊은 장교의 의문사 (疑問死) 까지 얽혀 상황은 심각하다.

JSA가 유엔군사령부 관할이어서 병사들의 주체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군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힘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