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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 아는 이, 다 모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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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열리는 웰빙식품엑스포에 천안의 된장찌개 ‘두 개의 맛’이 웰빙식당 메뉴로 등장한다.

천안 쌍용동 ‘콩밭’(523-3153)의 유미영(49)씨 세자매가 토속된장 찌개로 천안의 맛을 자랑한다. 성남면 출신인 유씨는 동생 유인숙(44)·유인순(41)씨와 함께 동시 출전한다. 인숙씨도 병천 한국기술대 부근에서 언니와 같은 이름으로 식당을 열고 있다. 오래 숙성된 된장으로 끓인 찌개가 진한 빛깔의 맑은 국물이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 둘째 인숙씨가 전북 군산 시댁에서 전수받아 언니·동생에게 이어준 독특한 된장으로 끓인 찌개 맛이다. 그 맛에 특별한 비법이 숨어있다. 인숙씨는 “자세히 말해 줄 순 없다”면서도 중요한 담그기 법을 슬쩍 내비쳤다. 그는 “늙은 호박 고아 낸 엑기스를 된장 버물릴때 사용하고, 메주에서 낸 간장을 그대로 된장 만드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술교육대 인근 병천 ‘콩밭’식당의 수십 개 배불뚝이 항아리에서 된장이 숙성되고 있다. 시어머니에게 된장 담그는 법을 물려받은 유인숙씨가 남편 노종영씨와 8년된 된장을 푸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쌍용동 ‘콩밭’의 유미영(左)사장과 동생 인순씨.

그외 된장을 보관하는 ‘배불뚝이 독’(항아리 중간부분이 넓음)에도 비법이 숨어있다. 전라도 김제에서 구할 수 있는 이 독은 된장 일조량이 많게 해 숙성을 돕는다. 이번 엑스포 ‘웰빙장터’에서 8년·3년 숙성 된장을 판매한다.

목천면 신계리에 1년여 전 식당을 연 김형희(40·여)씨는 시어머니(김화자·72)에게 전수받은 빠끔장찌개를 손님 상에 내놓고 있다. 이번 웰빙식당 메뉴에 신청, 당당히 전통음식으로 채택됐다.

김씨는 “목천 도장리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20년 가까이 살면서 빠금장 만드는 법과 찌개 비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메주를 빻아 만든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빠금장이다. ‘한울’(558-1303)은 돼지갈비와 짝을 이뤄 깔끔한 맛을 낸다. 빠금장은 된장이 떨어질 무렵인 봄, 남은 메주를 빻아 만든 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을 부어 부뚜막에서 빨리 숙성시켜 먹던 장이다. 부뚜막 온기가 발효를 돕는다. 부뚜막이 사라지면서 우리 밥상에서 자취를 감춘 맛이다.

김씨는 “빠금장은 짠맛이 없고 담백하다”고 말했다. 백석대 이정희 교수팀은 빠금장은 된장처럼 메주로 만들지만 염분 함유는 시판 중인 된장에 비해 60%나 낮다는 사실과 유산균도 판매 중인 된장보다 200배 더 들어있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엑스포 웰빙식당에선 22개의 천안 먹거리가 선을 보인다.

목천 ‘한울’ 김형희 사장이 끓인 빠금장찌개.

◆천안엑스포는 장(醬)의 천국=“서양 음식 맛은 소스에, 한국 음식은 간 맞추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간을 보는 대표적인 음식은 간장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일주일 한번 쯤 먹는 게 된장찌개다.

이번 천안웰빙식품엑스포엔 ‘한국의 장독대’코너가 마련된다. 23점의 한국 전통 발효식품이 선을 보인다

2006년 5월 철원 민통선 안의 밭에서 6.25때 피난민이 묻어놓고 간 간장독이 발견돼 화제가 된적이 있다. 최소한 56년 이상 묵었을 것이라고 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둥 떠들석했다. 오랜된 장은 항암효과가 크다고 알려졌기때문이다.

웰빙엑스포에선 명품 간장 14점과 된장 4점, 고추장 2점, 무장아찌·막장 등 3점 등이 소개된다. 명품 간장은 50~150년 전에 담근 것들이다. 그 중 네 점은 일반인이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1777년부터 숙성된 종묘 간장 및 된장 ▶5대에 걸쳐 식용한 박상란씨 100년 간장 ▶ 추사 김정희 선생의 증손녀가 만든 50년 간장 -‘농채(濃彩)’▶ 제주도 고윤석씨의 100년된 간장-‘청린(淸潾)’ 등이다.

◆ 장(醬)= 장은 좁은 뜻으론 액체상태인 간장을 뜻한다. 넓게는 된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을 포함한다.
장은 메주에서 출발한다. 콩을 삶아서 찧어 덩이를 만들어 띄워 말린 것을 말한다. 이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우려낸 뒤 그 국물을 떠내어 솥에 물을 붓고 달여서 만든게 간장이고, 간장을 담근 뒤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다.


[웰빙식품엑스포 나올 명품간장들]

1. 승화(昇華) : 150년 숙성간장으로 한국 역사상 음식과 관련, 최고의 남성 조리사인 이원집 선생의 유일한 유작이다. 이 선생은 150년 전 120여 궁중음식에 대한 자세한 조리법과 설명이 들어있는 치농(治農)을 펴낼 만큼 음식대가로 알려져 있다.

2. 순색(純色) : 그늘간장으로 고 김용래 전 서울시장 및 총무처 장관의 부인 조송자씨가 창작한 간장. 조씨는 친정에서 배운 전통방법으로 지금도 도심 속 아파트에서 장을 꾸준히 담그고 있다. 그늘간장은 1961년에 창작됐다. 그늘간장은 음력 9월 메주를 쒀 2달간 따뜻한 곳에 숙성시킨 뒤 동짓달 초에 명태, 찹쌀 등을 넣어 담가 그늘에서 익힌다. 충청도지방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장 담그기 방식. 

3. 애사(愛事) : 조선 철종의 형 영풍궁이 살던 누동궁의 궁녀 이덕재(1972~1961)는 궁 수비대장 송종세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 송씨와 함께 현재 남양주 진접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씨는 1906년께 묵간장을 만든다. 애사라는 이름이 붙어져 손주며느리 심현옥(67)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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