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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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학술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한.중 또는 한.일 간에 과거사 문제로 마찰이 생길 때마다 일일이 대응할 게 아니며 한.중.일 간의 공동 연구작업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동북아시대 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지시했다.

여기엔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이 '대중국 항의와 원상회복 요구'라는 강성 기조에 바탕을 둔 단기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론 현실을 고려, '압박과 내실화'라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압박 트랙은 원상회복과 재발방지 요구를 계속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구려사뿐 아니라 1948년 이전의 한반도 역사를 통째로 없앤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 복원, 중국 지방정부 및 베이징(北京)대학의 역사 교재 등 출판물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 시정 요구가 포함된다. 또 올해 가을로 잡혀 있는 중국 중.고교 교과서 개정 과정에서 고구려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강력한 추가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얘기다. 이런 한계 때문에 압박전략이 먹힐지 정부 스스로도 회의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교섭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실토했다.

정부가 무게를 두는 방향은 '내실화'다. 고구려 연구를 강화하고 성과를 국제사회에 전파해 우군(友軍)을 늘린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시도 이런 맥락이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려운 장기 전략이다. 구체적으론 지난 3월 발족한 고구려연구재단을 활성화해 국제 학술교류가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국과 합의한 한.중 고구려사 공동 학술회의 개최에 당장은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고구려사 대책회의 주재자를 외교부 차관보에서 차관으로 격상한 것도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투 트랙' 접근에는 외교부뿐 아니라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종합적인 공동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무게를 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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